[형사] "공소취소 후 '유죄 확신' 새 증거 없으면 재기소 불가"

[대법] "거듭처벌금지의 원칙"

2024-09-30     김덕성

형사소송법 329조는 "공소취소에 의한 공소기각의 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공소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란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공소취소 전에 충분히 수집 또는 조사하여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들은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8월 29일 B사의 대표이사를 기망해 2012∼2013년 B사로부터 6차례에 걸쳐 합계 52억 5,000만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6827)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12월 이 사건 공소사실과 동일한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가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여부가 문제된 후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여 A씨에 대한 공소기각결정이 2018년 6월 확정되었는데, 이후 검사가 추가 증거를 수집해 2018년 7월 이 사건 공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공소취소 후 재기소는 헌법 제13조 제1항 후문 '거듭처벌금지의 원칙'의 정신에 따라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될 수 있는 피고인의 인권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란 공소취소 전에 가지고 있던 증거 이외의 증거로서 공소취소 전의 증거만으로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으나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도4957 판결 등 참조), 공소취소 전에 충분히 수집 또는 조사하여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들은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검사는 선행사건에서 공소취소장에 공소취소의 이유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하였고, 검사가 공소취소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선행사건에서 공소를 취소한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고려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329조 법문에 충실하게 공소취소 후 재기소의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후,  "검사가 선행사건에서 공소를 취소한 후 새로 조사하여 제출한 증거들이 공소취소 전에 조사하였거나 조사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이는 증거 이외의 증거로서, 독자적으로 또는 공소취소 전 증거와 함께 살펴볼 때 공소취소 전의 증거만으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으나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결국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소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판단에 형사소송법 제329조 '공소취소 후 재기소' 요건의 적용 범위와 해석 등에 관하여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