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필로폰 매수한 공범의 검경 피의자신문조서, 부동의했으면 판매 혐의 증거로 못 써"

[대법] '무죄 취지'로 원심 파기환송

2024-09-22     김덕성

필로폰 판매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필로폰을 매수한 공범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담긴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이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는 2022년 12월 15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에 있는 병원 영안실 뒤편 골목길 도로에 주차된 B의 카렌스 승용차 안에서, B로부터 현금 15만원을 건네받고 필로폰 0.03g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23년 3월 1일경부터 같은 해 4월 초순경까지 사이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의 필로폰 판매 혐의와 관련한 증거로, 'A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했다'고 자백하는 내용을 담은 B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이 있으나, A와 변호인은 재판에서 B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필로폰 판매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대구지법 재판부가 B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의 필로폰 투약 혐의와 함께 필로폰 판매 혐의도 유죄로 보아 A에게 징역 2년과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추징금 15만원을 선고하자 A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8월 29일 A의 필로폰 판매 혐의와 관련, B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도8200).

대법원은 "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어 2022.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서 정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란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아니라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 인이나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포함되고, 여기서 말하는 '공범'에는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 또는 대향범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 312조 제1항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3741 판결 참조)"고 밝혔다.

또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당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되는바(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188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말하는 '공범'에는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범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 도6129 판결,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도9367 판결 등 참조)"며 "위 규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5040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 사건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내용 부인 취지에서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음을 알 수 있으므로,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3항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