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인 남편 이어 부인도 사망하면 미지급 보험급여 소멸"
[서울행정법원] "민법 따라 상속 이루어지는 것 아니야"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인 남편이 사망한 데에 이어 선순위 유족인 부인도 사망한 경우 남은 미지급 보험급여는 자녀들에게 승계되지 않고 소멸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7년 10월 요양 판정을 받고 요양을 하던 중 2013년 9월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인 B씨가 2013년 10월부터 유족보상연금을 수령하다가 2020년 11월 사망했다. 이후 A씨의 자녀 5명이 장해등급 제7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 일시금 등 미지급 보험급여를 청구, 근로복지공단이 장해등급을 제7급으로 판정하고 장해보상일시금 5,200여만원을 A씨의 자녀 5명에게 안분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근로복지공단이 B씨의 사망으로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이미 소멸했는데도 보험급여가 착오로 잘못 지급되었다며 A씨의 자녀들에 대해 부당이득 징수결정을 하자 A씨의 자녀들이 징수결정을 취소하라며 소송(2023구단73901)을 냈다.
산재보험법 81조에 따라 사망한 수급권자의 유족이 미지급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경우 적용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77조는 수급권자인 유족의 순위를 정한 산재보험법 65조 1, 2, 4항만을 준용할 뿐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한 4항은 준용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경우 민법상 상속에 관한 법리에 따라 수급권이 다음 순위자에게 이전될 것인지, 아니면 수급권 자체가 소멸되는지가 이 사안의 쟁점이다.
서울행정법원 이용우 부장판사는 8월 21일 "B가 사망함으로써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권리는 원고들에게 상속되지 아니한 채 그 시점에 소멸했다"고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먼저 "공법상 각종 급부청구권은 행정청의 심사 · 결정의 개입 없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와 관할 행정청의 심사 · 인용결정에 따라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고, 이러한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인가는 관계 법령에 구체적인 권리의 존부나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지, 행정 청의 거부결정에 대하여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정해지는데, 그중 사회보장수급권은 법령에서 실체적 요건을 규정하면서 수급권자의 여부, 급여액 범위 등에 관하여 행정청이 1차적으로 심사하여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이라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산재보험수급권도 관할 행정청인 근로복지공단이 심사하여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경우로서 앞서 본 후자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에 산재보험법 제81조, 제65조 제1항, 제2항, 제4항에 따른 선순위 유족이 다시 사망한 경우, 이로써 사망한 선순위 유족이 가졌던 사회보장수급권은 추상적 형태의 권리인지, 구체적 형태로의 권리인지를 불문하고 그 일신전속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고 민법이 정한 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지도 않는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3841 판결 참조)"고 지적하고, "다만 산재 보험제도는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한 제도이고(산재보험법 제1조),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장해급여제도는 업무상 불의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재해 이전의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으로서 원래의 수급권자가 사망하였다고 하여 미지급 보험급여에 대한 권리가 이대로 소멸하는 것은 원래 수급자의 유족이 생활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등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야기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산재보험법 제8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7조는 산재보험법에 정한 순위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유족이 이를 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는데, 이와 같이 원래의 수급자가 가졌던 수급권은 그의 사망 시 민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산재보험법령이 정한 바에 의해서만 유족이 승계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는 이상, 원래 수급자의 사망으로 그의 선순위 유족이 승계하게 된 미지급 보험 급여에 관한 수급권 또한 해당 선순위 유족의 사망 시 민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수급권자가 가졌던 수급권과 마찬가지로 산재보험법령이 정한 바에 의해서만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선순위 유족이 재차 사망할 경우에 잔존 미지급 보험급여는 누구에게 어떻게 승계될 것인지에 관하여 산재보험법에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상태라는 것은, 선순위 유족이 사망할 시에는 잔존 미지급 보험급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다른 이에게 승계되지 않고 단절되어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새겨야 한다"고 전제하고, "A가 2013. 9. 사망할 당시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인 B는 산재보험법 제81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 제1항에 따라 선순위 유족으로서 A에게 지급되지 않은 장애일시보상금 등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수급권을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나, B가 2020. 11. 사망함으로써 위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권리는 원고들에게 상속되지 아니한 채 그 시점에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권리를 가진 바가 없었음에도 착오로 원고들에게 위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잘못 지급이 이루어진 보험급여를 돌려받기 위해 피고가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더보상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