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농업인 아니어도 농지 대부계약 유효"
[정읍지원] "공유재산법 조항은 단속규정"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지자체와 농지 대부계약을 맺었더라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농업인에 한해 농경지를 대부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공유재산법 조항은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씨는 2023년 7월 전북 부안군에 있는 밭 225㎡를 5년간 대부받는 계약을 부안군과 체결하고 대부료 27,980원을 납부으나, 석 달 후인 같은 해 10월 부안군이 A씨가 농업인이 아니라는 이유 등을 들어 A씨에게 대부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자 부안군을 상대로 대부계약 유효 확인을 요구하는 소송(2023가합1598)을 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민사1부(재판장 전일호 부장판사)는 7월 3일 "대부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농업인에 한하여 일반재산인 농경지를 수의계약으로 대부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공유재산법) 제29조 제1항 단서 및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 제2호는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원고가 농업인이 아니라는 사정이 이 사건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유재산법에서는 공유재산법 제29조 제1항을 위반하여 체결된 대부계약의 효력을 무효라고 정하고 있는 규정이 없다"고 지적하고, "공유재산법은 공유재산 및 물품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공유재산 및 물품을 적정하게 보호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 처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바(공유재산법 제1조),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일반재산인 농경지를 수의계약으로 대부받았다고 하여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이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은 수의계약 체결 요건을 위반한 대부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하여야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행정적 규제나 형사 처벌 또는 공유재산법 제35조 제1항 제5호(거짓 진술, 거짓 증명서류의 제출,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그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발견된 경우)에 따른 해지 · 해제를 통하여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일반재산인 농경지를 수의계약으로 대부받은 행위가 그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가 농업인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해지 통지 당시에도 원고가 농업인이 아님을 이유로 계약이 무효라는 취지의 내용은 기재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에 무효, 취소 또는 해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의 해지 통지는 효력이 없고, 계약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청성이 원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