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판례검색 1등' 엘박스, 케이스노트 인수

리걸테크 시장 이합집산 본격화

2024-08-28     김진원

판례검색 서비스의 1등 업체인 엘박스가 가장 먼저 판례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스노트를 인수했다고 8월 28일 밝혔다. 대표적인 리걸테크 중 하나인 판례검색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M&A 등 이합집산이 본격화되며 리걸테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엘박스는 2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사의 법률데이터를 융합함으로써 '엘박스AI'를 고도화하고, 각사가 현재 별도로 운영 중인 서비스 간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고객가치를 대폭 높일 예정"이라고 케이스노트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2020년 3월 판례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엘박스는 변호사 회원 2만명과 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 국내 10대 로펌 전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법무부, 헌법재판소, 경찰청 등 1,000개 이상의 로펌, 기업(B2B), 국가기관(B2G)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국내 최대의 판례검색 업체다. 전체 보유 판결수는 약 340만 건.

케이스노트는 또 2016년 판례검색 서비스를 출시한 선발업체로 판결문 보유 기준 판례검색 2위 업체로 통한다. 이용자가 법조인에 한정되지 않다보니 월 45만명 이상의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법무법인 세종, 현대자동차, 농협중앙회 등이 케이스노트의 주요 고객으로 소개된다.

엘박스 관계자는 "두 서비스의 전문(全文) 판례를 합치면 500만 건에 가깝다"며 "엘박스와 케이스노트가 합치게 됨에 따라 타업체들과 비교하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많은 압도적인 데이터베이스가 탄생하는 셈"이라고 케이스노트 인수에 의미를 부여했다. 엘박스와 케이스노트는 판결문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 판례'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법률 전문가 시장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엘박스와 법률가보다는 법률 소비자 시장에서 더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케이스노트와의 합병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박스의 이진 대표는 "케이스노트 사용자의 상당수는 직접 소송을 준비하며 판결문까지 찾아보는 진지한 법률소비자들"이라며 "그들이 엘파인드를 통해 자신의 사건을 가장 잘 수행해줄 수 있는 변호사까지 직접 찾아볼 수 있다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엘파인드'란 실제 판결문을 토대로 해당 사건을 직접 수행한 변호사를 찾아볼 수 있는 '변호사 찾기' 서비스로, 1,300명 넘는 변호사가 엘파인드에 자신의 프로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진 대표는 "올 연말까지 엘박스 이용 변호사 2만명의 약 절반 수준인 1만명 이상의 변호사가 '엘파인드' 프로필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케이스노트 인수 후 첫 사업으로 케이스노트를 이용하는 월 45만명의 잠재적인 법률소비자가 판결문에서 해당 사건을 수행한 변호사 정보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엘파인드 프로필을 케이스노트 판결문에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박스가 케이스노트를 인수해 케이스노트의 100% 주주가 되었지만, 두 회사는 인수 후에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김민균 케이스노트 대표가 앞으로도 대표로서 지속적으로 케이스노트의 운영을 맡게 된다.

같은 변호사인 이진 대표와 김민균 대표는 이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이진 대표가 2019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엘박스를 시작했을 당시 가장 먼저 했던 일 중 하나가 김민균 대표에게 연락한 일로, 당시 연락처를 몰라 케이스노트 고객센터로 메일을 보내 만났다는 후문이다. 그때 서울 강남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리걸테크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으나 두 회사의 지향점이 달라 즉각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진 않았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후 법률 AI가 리걸테크의 중심이 되고 판결문 등 데이터가 리걸테크의 핵심 콘텐츠로 부상하면서 엘박스의 케이스노트 인수라는 빅 뉴스가 나오게 된 것이다. 

연세대 법대 재학 중 제47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8기)에 합격한 이진 대표는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2019년에 엘박스를 창업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을 1기로 마친 김민균 대표는 변호사시험 1회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었다. 김 대표는 학부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나왔으며, 삼성전자 IP센터 선임변호사로도 근무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