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보증금 13억 5천만원인데 가계약금 5백만원 받았다고 임대차계약 · 해약금 약정 인정 불가"

[서울서부지법] "임대인 5백만원만 돌려주면 돼"

2024-08-28     김덕성

아파트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1%도 안 되는 가계약금을 받은 것만으로는 아파트 임대차계약과 해약금 약정이 성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런 경우 임대인은 배액이 아니라 가계약금만 돌려주면 된다는 것이다. 

A씨는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의 임대차기간 만료를 앞두고 공인중개사무소에 새로 임차할 주택의 중개를 의뢰했다. A씨는 2022년 12월 2일 위 중개사무소 소속 공인중개사 B씨로부터 임대 매물로 나온 C씨의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관하여 '전세보증금 13억 5,000만원, 입주시기 2023. 2. 13., 융자(원금 기준 1억 남기는 조건, 변경, 감액 등기하기로 함), 중도금 2023. 1. 18.(165,000,000원) 조건, 계약금의 일부 송금 후 연락 주세요'라는 조건과 C씨의 예금 계좌번호가 적힌 문자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C씨의 예금계좌로 500만원을 이체했다. C씨도 12월 2일 B씨로부터 아파트 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전세보증금 13억 5,000만원, 융자 원금 1억원 남기는 조건, 감액(변경등기), 잔금일 2023. 2. 13., 중도금은 협의, 위와 같은 조건에 동의 되시면 당일 계약금의 일부 송금 드리겠습니다. 계좌번호 부탁드립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자신의 예금계좌 번호를 B씨에게 알려주어 B씨가 임대차계약 중개를 성사시켰다.

A씨와 C씨는 2022년 12월 10일 B씨가 일하는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C씨는 2022년 12월 7일 B씨로부터 '안녕하세요. 입주하실 분 잔금 일정이 2월 14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자, 곧바로 B씨에게 '입주하실 분 계좌번호 주세요. 5백만원 반환합니다. 변경은 계약파기로 간주합니다. 입주하실 분 계좌번호 주세요 5백만원 반환합니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C씨는 2023년 8월 A씨에게 500만원을 반환했다. A씨는 그러나 "C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약정 계약금인 1억 3,500만원이나 가계약금의 배액인 1,000만원에서 이미 반환받은 500만원을 뺀 나머지를 위약금 또는 해약금으로 지급하라며 C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항소심(2023나49360)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우정 부장판사)는 최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아파트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B를 통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임대차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임대차보증금을 13억 5,000만원으로 정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외에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없었고, B가 피고에게 입주일자에 대해서도 하루 미뤄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임대차계약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잔금일자(입주일자)에 관하여도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임대차보증금이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계약이 구두로 체결되는 경우는 보기 힘들고, 계약서 작성 전에 거래금액의 10% 넘는 가계약금이 오고 간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지급한 가계약금이 500만원으로 조율된 임대차보증금 13억 5,000만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고, 임대차계약서 작성 전에 피고가 계약체결을 거부하여 결국 계약서가 작성되지도 못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약금 약정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5,000,000원은, 임대차보증금의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고, 원고 또한 소장이나 준비서면에서 '가계약금'으로 부르고 있는 것에 비추어 원고도 이를 가계약금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는 정식 계약이 체결되기 전 가계약금 명목으로 입금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한편,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하는데(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 248312 판결 참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지급한 5,000,000원에 관하여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원고는 이를 포기하고 피고는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각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강남이 피고 측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