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좋아하는 박영재 대법관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 가사처럼 저는 모든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고 귀하기 때문에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중에서)
박영재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판사가 되었다"고 했다. 대법관 취임사에서도 "대법원 사건을 마주할 때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그 목소리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헌법은 삼권(三權) 중 사법권에 대하여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법관이 담당하도록 설계하여, 사법부의 역할과 책무가 바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보호임을 웅변하고 있다"며 "균형감각과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헌법적 가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모든 일을 다했는지 되돌아보고, 타당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대법관이 지향하는 재판은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재판이다. 그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여기에 달려 있다"며 "재판에 임하여 결과의 타당성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소송당사자를 배려하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 지연의 해소를 법원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배정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박 대법관은 대학 재학 중 제3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2기)에 합격해 28년 넘게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사법행정능력 탁월"
또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여 사법행정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 2012년 당시 문제가 되던 이른바 막말 판사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응하여 법관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법정언행컨설팅 제도를 도입하는 데 관여하였으며, 2016년 법원행정처에 설치된 양성평등연구반의 반장으로서 법관 연수에 성인지 교육을 도입하고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는 처리 절차 등을 마련함으로써 법원 내 성평등 실현에도 기여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기록을 토대로 박 후보자의 법관으로서의 철학과 사법관을 요약, 소개한다.
◇법관 기피신청=피고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그냥 제한할 수는 없다. 이게 기본적으로는 보장이 되는 거지만 지금 기존의 제도로서 기피신청에 대한 해당 재판부의 기각이라든지-지연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그다음에 소송지휘권을 적절하게 행사한다든지 이런 방법도 있고 제도를 추가로 만들어서 소송 지연을 방지하는 그런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판사 탄핵=헌법에는 공직자에 대한 탄핵에 관한 규정이 있다. 탄핵은 법률 또는 헌법에 위반될 경우에는 공직자에 대해 탄핵을 할 수 있고 그 대상에 법관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법관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판시한 것처럼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있어야 탄핵 사유가 된다는 거니까 그러한 경우에 해당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법관에 대한 탄핵이 되어서 재판의 독립이 침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법원 · 검철청의 위치 분리=연혁적인 이유가 있고 또 같이 있으면 형사재판에서 편의가 있다는 그런 점은 있습니다만 실제로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는 좀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고. 원래 법원 · 검찰이 같이 있던 일본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달리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국민들이 볼 때 법원 · 검찰이 서로 독립돼 있는 기관이라는 것을 외관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별도로 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력법관제도=원래 법조일원화는 경륜 있는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명하는 제도이다. 제도의 처음 시작 당시에서는 경륜 있는 법관이 법원으로 올 수 있는 그런 여건을 만드는걸 전제로 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런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경륜이, 특히 법조경력이 더 기신 분들은 그런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법원에 들어오기가 좀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앞으로 좀 어려움이 예상된다. 법원이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우수한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우수한 인력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드린다.
대형 로펌 출신들이 법관으로 많이 임용되는 부분의 상황에 관해서 비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블라인드 방식으로 임용제도가 진행되고는 있습니다만 앞으로 이런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임용제도를 개선할지 더 노력해야 될 것 같다.
◇고법 부장 승진제도=고법 부장 승진제도가 폐지된지 벌써 수년이 흘러 같은 모습으로 다시 복원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거다. 저도 고법 부장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고법 부장…제가 됐던 22기 그 무렵에는 임명된 사람의 10% 정도에 불과한 사람만이 고법 부장이 됐기 때문에 사실 그 제도를 유지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 그 당시에도 이미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가 되고는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면 다시 예전으로 그대로 돌아가기는 좀 어렵겠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 인사제도를 아주 합리적으로 수정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행령=시행령은 법에서 위임한 내용과 법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을 수가 있다. 그것이 적법한 위임입법인지 여부는 대법원에서 혹은 각급 법원에서 명령 · 규칙 · 처분심사권으로 판단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쨌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모르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더라도 그런 원칙은 명확성의 원칙을 포함해서 지켜져야 된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린다.
◇징벌적 손해배상=개인정보 보호법에도 들어 있고 하도급법에 아마 맨 처음 규정된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재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얼마나 적용돼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판결이 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보통 3배 내지 5배의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우리 현재의 법제인데 거기에는 못 미치고 있다고 알고 있다. 2배를 넘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전통적인 손해배상 개념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법조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이 그동안 익숙해 있는 그런 제도하고는 안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이 법 취지는 그걸 뛰어넘어서 배상하라는 것인데 그게 좀 익숙지 않다 보니까 아직까지는 충분한 입법취지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해당 재판부들끼리 상의해서 기준을 만들든지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대통령의 입법권에 대한 견제 권한으로 알고 있다. 그 절차에 관해서는 헌법 규정에 나와 있습니다만 행사요건 내지 대상에 관해서는 헌법이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을 하고 , 다만 법률에 의해, 형사 절차를 법률에서 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일부 입장이 있고 그에 따라서 지금 법안들이 제출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법원이 대법원 규칙으로서 지금 바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부분은 한 번 검토해 봐야 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법안 부분이 주요하지 못하다거나 아니면 법안과 관련 없이 대법원 규칙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같이 논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법관과 검사의 보수 연동=예전에 법관과 검사의 보수가 연동돼 있었던 것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같은 때 임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라는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 법조일원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맞지 않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
◇이민청 신설=난민 보호는 처음에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민청 논의는 사실 인구 부족하고도 깊은 관련이 되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실은 난민-난민이라고 표현하면 그렇지만-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필요성이 또 커진 반면에 사회 불안의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전체적으로 잘 고려를 해서 종합적으로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에 이민청 실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해사법원=2015 · 16년도에 부산고등법원에 근무할 때 부산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해사법원 추진, 설립추진위원회도 만들어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부터 해사법원에 관한 얘기를 들었고. 지금 현재는 우리나라에 계류 중인 사건은 적지만 해사법원이 설립돼서 전문성을 갖게 되면 결국 외국으로 나가는 사건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긍정적인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해사법원이 생겨 전문성을 갖게되면 국부의 유출도 막고 앞으로 우리 발전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대법관 임명은 3부가 각자의 역할을 하게 돼 있다, 임명과 관련해서. 대법원장의 제청 그리고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 세 가지가 다 갖추어져야 대법관이 될 수가 있다. 그중에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들이 있는 것 같다. 결국은 각자의 역할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예전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이 법관을 임명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현재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대법원장이, 국민의 선출을 받지 못한 사람이 하게 되는 것에 대한 문제점 같은 것들은 충분히 지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법부는 그렇게 구성되도록 아마 설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일부 국가에서는 법관이 선출되는 국가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제도들의 장단점이 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좀 연구할 필요는 있겠다.
◇양형위원회=사실 양형이라는 것도 그 시대에 맞는 양형이 돼야 되고 그다음에 그 상황에 맞는 기준이 성립이 돼야 되는데 지금 현재는 양형위원회가 여러 군데에서 많은 요청을 받고 있다.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이런 것을 빨리 양형기준을 만들어 달라, 저런 것도 빨리 만들어 달라 또는 기존에 만들어진 것도 빨리 수정해 달라 이런 것을 받다가 과부하가 걸린 탓인지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게 기술침해 같은 것도 마찬가지인데, 조금 더 거기에도 많은 지원을 해서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관이 재량을 갖고 있던, 법관이 양형에 관한 법정형 내에 재량을 갖고 있던 그때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바로 양형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취지를 잘 살려서, 그리고 그것을 좀 더 시의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양형기준이 되면 더욱 좋겠다는 말씀이고, 묻지마 강력범죄 혹은 무고 이런 것들을 포함한 여러 국민들의 관심사가 있는 이런 범죄에 관한 양형기준도 빠른 시간 내에 마련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개인회생 절차 기간 단축=수원 · 부산회생법원 두 개의 회생법원이 생기고 난 이후에, 공교롭게도 사건들이 그 직후로 많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많이 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처리는 상당히 빨라졌다. 그게 결국 전문법원의 필요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원과 부산 외에도 또 적어도 고등법원 소재지에는 회생법원이 생겨서 회생절차가 빨리 진행되고 빨리 국민들이 경제로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좋겠다.
◇재판 지연=지금 법원이 갖고 있는 문제는 국민의 신뢰가, 법원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있다는 거다. 물론 거기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최근에는 역시 사법 재판절차의 지연이다. 그것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관 연수나 아니면 담당 법관들 간의 간담회를 통해 어떻게 소송지휘, 혹은 어떻게 재판진행을 하면 재판을 조금 더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또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지를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