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사전통지 없이 건물 앞 거주자우선주차구획 삭선 위법"

[서울행정법원] "침익적 행정처분…절차적 하자 있어"

2024-08-21     김덕성

도시관리공단이 서울 강남구에 있는 건물 앞에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던 이 건물의 지분 소유자에게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절차없이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삭선하기로 결정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삭선결정이 행정처분이라고 본 것이다.

강남구에 있는 건물의 9분의 2 지분권자인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4년간 이 건물 앞에 위치한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었으나, 이 주차구획 맞은편에 2021년 11월경 설치된 유료주차장인 B주차장 측에서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에 거주자우선주차구획으로 인해 주차장 진출입에 어려움이 있으며 주차장 이용손님들이 잦은 접촉 사고를 당하므로 삭선을 요청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이 삭선심의위원회를 열어 '맞은편 주차장 차량 진출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2023. 10. 1. 이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삭선하기로 결정하자 A씨가 소송(2023구합79135)을 냈다.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은 2023. 6. 2.경 원고에게 위와 같은 결정을 통보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준영 부장판사)는 7월 26일 "삭선결정은 원고에 대한 침익적 행정처분인데, 삭선결정 당시 피고는 원고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한 바가 없다"며 "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행정절 차법상의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사전 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3두39724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비록 운영기준 제8조 제3항은 '재건축, 신축, 통행불편 민원 등 전용 주차구획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자의 민원 발생 시 구획선을 삭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운영기준 제14조 제2항은 '민원인이 주차구획을 폐쇄 요청을 할 때에는 [별지 제6호 서식]을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삭선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여야 하며,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 민원인에게 통보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들은 삭선을 하기 위한 피고의 내부절차 규정에 불과할 뿐, 삭선으로 인하여 이익 침해를 입는 당사자의 의견 제출 기회를 배제하는 조항으로 보이지는 않고, 달리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한 바가 없는) 이 사건 삭선결정은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피고는 이에 앞서 "삭선결정 통보는 원고에 대한 주차구역 사용기간이 종료되었고 2023. 10. 1.부터 주차구역이 삭선된다는 점을 원고에게 통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삭선결정은 처분이 아니며, 원고는 해당 주차구획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받지 못해 주차구획을 사용할 권한이 없으므로, 삭선결정으로 원고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본안전 항변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주차장법 및 그 시행규칙, '서울 강남구 거주자 우선주차제 운영규칙'(운영규칙)과 '강남구 거주자우선주차제 관리 운영기준'(운영기준)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주차구획을 삭선하기로 하는 결정은 그 실질이 주차장법 제7조 제3항에 따른 '노상주차장의 폐지'에 해당하고, 이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운영규칙 제6조 제3호 및 운영기준 제8조에 따라 전용 주차구획인 이 사건 주차구획에 관하여 우선배정을 받아 위 구획을 최우선으로 사용할 권한이 있는 원고는 주차구획이 삭선됨에 따라 주차구획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므로, 삭선결정에 대하여 원고는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볼 것이어서, 이를 다툴 원고적격도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나눔이 A씨를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