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소송 전문' Quinn Emanuel 존 퀸 회장

"소송 시작되면 쉽게 못 끝내, 큰 그림 그려야"

2024-07-31 김진원

소송과 중재 등 분쟁사건만 수행하는 '소송 전문'(litigation only) 로펌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 Urquhart & Sullivan)의 존 퀸(John Quinn · 73)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 리걸타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특별강연하고, 부산외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40년 안 되어 세계 최고 '소송 로펌'으로 발전

한경협 제주하계포럼에서의 강연 주제는 '국제소송에서 이긴 한국 기업의 사례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Winning as Korean Companies in International Disputes: Lessons Learned). 존 퀸 회장은 리걸타임즈 인터뷰에서도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함께 국제분쟁이 늘어나는 배경을 진단하고, 국제분쟁에서 이기는, 본인의 오래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소개했다. 또 1986년 1월 문을 열어 40년도 안 되어 세계 최고의 소송 로펌으로 발전한 퀸 엠마누엘의 성공비결, 한국 로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로펌의 성공적인 경영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미국

하버드 로스쿨(J.D.)을 나와 1976년부터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그는 세계 최고의 소송 변호사 중 한 명이며, 매년 20억 달러(한국돈 약 2조 7,700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퀸 엠마누엘은 사내변호사들이 소송 상대방의 대리인으로 만나는 것을 원치 않는, 일명 '가장 무서워하는 로펌'(Most Feared Law Firm)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 방문을 마치고 출국하는 날인 7월 17일 서울에서 만난 존 퀸 회장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매우 소탈하면서도 친절한 태도로 변호사 업무 60여년에 걸친 경험을 소상하게 전했다.

1976년 첫 직장인 뉴욕의 Cravath Swaine & Moore에 입사해 2년 6개월간 기업변호사(corporate lawyer)로 근무한 그는 1979년 Cravath를 떠나 LA에서 선배 변호사와 함께 작은 로펌을 만들어 시도하고, 뉴욕 로펌의 LA사무소를 열어 운영하다가 Cravath를 나온 지 7년 만인 1986년 퀸 엠마누엘을 열어 세계 굴지의 로펌으로 발전시켰다.

Cravath 나온지 7년 만에 퀸 엠마누엘 설립

1986년 처음 시작했을 때 전체 변호사는 4명. 그러나 38년이 지난 2024년 현재 퀸 엠마누엘엔 1천명이 넘는 변호사가 13개 나라의 36개 사무소에 상주하고 있으며, 그동안 2,500건이 넘는 소송과 중재 사건을 수행해 86%가 넘는 승소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인터뷰엔 퀸 엠마누엘 아시아 매니징파트너이자 홍콩사무소 대표인 존 리(John Rhie) 영국변호사가 배석해 거들었다. 인터뷰 내용 중 한경협 하계포럼 강연 내용이기도 한, 국제분쟁에 자주 노출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 부분을 온라인판에 먼저 게재한다. 인터뷰의 상세한 내용은 8월 중순 발행될 리걸타임즈 9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퀸 회장은 먼저 분쟁에 연루될 경우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기업 입장에선 쉽게 소송을 끝낼 수 없는데, 원칙 없는 소송 진행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초기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로펌 선택, 변호사 선임이 소송, 분쟁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모래밭에 머리를 쳐박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고, 가능한 빨리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이 궁극적으로 중요한지 먼저 파악하는 사람이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며 "분쟁 초기의 시간과 비용에 대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소송이나 국제중재 등에선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소송비용, 중재비용의 상당액을 패소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 퀸 회장은 "변호사 비용이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선 안 된다"며 "초기부터 대응을 잘 하면 이길 수 있고, 기업은 아무 것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합한 소송변호사(Right Trial Lawyer) 선택의 중요성=귀하가 제어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은 누가 귀하를 대리할 것인가다. 귀하가 선임한 변호사가, 사실들이 어떻게 구현되고, 귀하의 사건이 얼마나 잘 제시될 것인가에 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변호사 선택에서 고려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변호사가, 귀하가 소송에서 이기거나 또는 매우 유리한 내용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큰 소송에서 졌을 때의 비용은 낮은 보수의 변호사들을 선임함으로써 절약하는 금액을 상쇄하는 것 이상이다.

◇적합한 변호사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방법=귀하의 사건에 대한 후보 변호사의 초기 생각을 들어보고, 그 변호사의 경험과 실적, 특히 그의 전문성이 귀하의 사건에 적합한지 가능한한 많이 따져보라. 그가 소송변호사인지도 찾아보라. 그가 얼마나 많은 소송 사건을 수행했는지, 그들 사건을 수행한 시기는 언제인지, 관할은 어디였는지, 그리고 그들 사건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물어보라. 귀하 케이스의 관할에서 그 변호사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귀하의 사건이 배당된 판사 앞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라. 상대방 변호사와 맞붙어 성공적으로 소송을 수행했는지 물어보고, 여러 평판을 알아보라.

◇변호사와의 성공적인 관계 유지=명확한 소통이 변호사와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열쇠다. 귀하가 얼마나 상세한 내용을 원하는지, 얼마나 자주 변호사로부터 얘기를 듣기를 기대하는지, 서류가 완성되기 전에 초안을 보기를 원하는지 여부에 대해 초기부터 의논해야 한다. 케이스를 리뷰하기 위해 매주 전화나 미팅(standing call)을 가져야 하는지 검토하라. 해당 케이스를 논의해온 그 변호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확인하고, 지원하는 변호사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경력은 어떤지 물어보라. 대부분의 소송 사건은 궁극적으로 화해를 통해 해결된다. 사건이 소송 초기 해결될 수 있는지 논의하라.

◇서류 관리에서 피해야 할 실수=당사자들은 때때로 소송이 제기될지 모른다고 이해할 때 서류를 없애거나 내용을 바꿔 기록을 깨끗이 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행동은 잘못 조언 받은 것이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증거의 삭제나 변경은 법률적으로, 재무적으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포함한 모든 기록이 발견되어 소송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하라.

나쁘게 표현된 내용이 거의 사라지지 않고 상대방에 의해 때로는 문맥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문맥과 다르게, 나쁘게 보일 수 있는 표현의 예로, '읽은 후 삭제 요청'(please delete after reading), '지워라'(wipe), 'clear', '없애라'(scrub), '만나서 얘기하자'(let's take this offline), '전화로 얘기하는 게 좋겠어'(it would be best to talk by phone)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당사자들은 일단 분쟁이 발생하거나 분쟁이 합리적으로 예상될 수 있을 때 증거를 보존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 웹사이트를 변경하고 채팅 등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지우는 행위, 전화를 바꾸는 것 등 기록을 청소하려는 시도는 잘못 조언 받은 것이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퀸

존 퀸은 가장 피해야 할 문구의 대체 표현도 제시했다. 예컨대 '만나서 얘기하자'(Let's take this offline), '전화로 얘기하는 게 좋겠어'(It would be best to talk by phone)는 '내용 논의하게 나에게 전화줘'(Give me a call to discuss)라고 쓰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물론 '읽은 후 삭제 요청'(please delete after reading)처럼 분쟁 상대방이나 판사가 보기를 원하지 않는 문구는 넣지 말아야 한다.

'Wipe', 'clear', 'delete', 'scrub'처럼 서류 또는 다른 가능한 증거가 삭제 또는 변경될 것이라고 넌지시 얘기하거나 또는 명시적으로 말하는 표현도 피해야 한다.

이모티콘, 풍자, 과장, 농담, 밈(memes) 등 문자 그대로 해석되어선 안 되는 표현도 피해야 한다. 그러한 표현들은 해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문맥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종종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

◇증인 등 핵심 플레이어와 관련한 실수=분쟁에서 이기는 데 증인도 중요하다. 많은 경우 사용자가 핵심 증인인 직원을 해고하고 그 결과 재판에서 증인으로 활용할 수 없음은 물론 우호적인 증인을 적대적인 증인으로 만들고 있다. 때로는 분쟁 초기, 진술(statement)에 서명하게 함으로써 증인의 기억을 명확하게 고정시키는 것도 가치가 있다. 변호사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숨기는 것은 사건에 심각한 손상을 끼치게 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