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군 입영으로 음식점 폐업했어도 신용카드 단말기 남은 임대료 일괄 청구 유효"

[수원지법] "손해배상액의 예정…70%만 주라"

2024-07-17     김덕성

A는 2022년 3월 B가 화성시에 있는 건물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단말기 등에 대해 임대차기간 36개월, 월 임대료 99,000원으로 정해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B가 사업을 폐지하거나 영업을 정지한 때에는 임대료 등 납부에 대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A가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약정(이 사건 약정)했다. B가 임대차기간 중 15개월이 된 2023년 6월 초경 사업을 폐업하자, A가 B를 상대로 임대차기간 36개월 중 나머지 기간인 21개월에 해당하는 임대료 2,079,000원을 지급하라며 소송(2023가소346005)을 냈다. 

B는 이에 대해 "이 사건 약정은 피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 1항, 2항 1호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윤태식 판사는 그러나 4월 16일 "약정이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이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B의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위약금 2,079,000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다며 70%로 감액한 1,455,300원을 B가 A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윤 판사는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장비대금 등을 별도로 지급하지 아니하면서 원고로부터 카드단말기 등의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받거나 비교적 저렴한 월 사용료로 카드결제 시스템 등을 이용한 점, 원고는 임대차계약에 따라 36개월간 원고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전제로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 및 유지, 관리하여 주는 한편 원고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장비 등 서비스 등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기 위하여 일정한 계약기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점, 피고가 계약기간 만료 전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계약에서 무단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내용으로 약정을 부담시키는 것은 카드단말기 등 기기를 무상으로 일정기간 제공한 원고의 안정적인 투하자본 회수를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피고의 계약관계 이탈을 막기 위하여 이 사건 약정과 같은 내용으로 체결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고, 피고로서도 이 사건 임대차계약기간 동안 계약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약정기간 동안의 임대료를 일괄 배상할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 약정으로 인한 피고의 불이익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그 외에 이 사건 약정이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이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2016다244538 등)에 따르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 1항, 2항 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 · 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피고는 또 군 입대를 위해 사업을 폐업한 것이므로 임대차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데에 고의나 과실이 없고,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임대차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판사는 그러나 피고가 2023. 7. 3. 육군으로 입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군 입대를 위해 사업을 폐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차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데에 고의나 과실이 없거나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판사는 다만,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고 보고,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15개월 동안 유지하다가 폐지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는데 피고가 임대차계약을 유지하지 못한 이유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려 한 것이 아니고 국가로부터 군 입대를 위한 입영통지를 받고 2023. 7. 3. 육군에 입영하였기 때문인 점, 임차인이 카드단말기 등과 관련하여 의무사용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할 경우 원고에게 기기 임대료, 잔여 할부대금 등의 손해가 발생하는 반면에 피고에 대한 유지보수에 관한 추가 지출은 없는 점, 원고가 피고의 사업 폐지 무렵에 임대차계약에 따라 제공된 카드단말기 등의 기기, 키오스크 등을 피고로부터 회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특수성과 원고의 수익구조, 카드단말기 등 장비의 경우 그 가격과 사용기간에 따라 예상되는 감가상각의 정도, 원고와 피고의 경제적 지위, 피고의 사용기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임대차계약에 따른 위약금은 부당하게 과다하다"며 위약금을 70%로 감액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