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의료법인 대표가 '사무장 병원' 혐의로 기소됐다고 요양급여 지급보류 위법"

[서울행정법원] 수사 결과 '재산 부당 유출 등' 확인돼야

2024-07-15     김덕성

국민건강보험법 47조의2 1항은 '요양기관이 의료법 33조 2항을 위반하여 개설 · 운영하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를 요양급여 지급보류 사유로 정하고 있으며, 의료법 33조 2항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료인이 아닌 3명을 포함해 의료법인의 전 · 현 대표이사 5명이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개설 · 운영한 혐의(의료법 33조 2항 위반)로 기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9부(재판장 김국현 법원장)는 5월 20일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의료법 33조 2항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와 가지급 제외 처분을 받은 A의료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50499)에서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와 가지급 제외 처분은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요양급여비용의 지급보류 처분이 있으면 요양기관은 이미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하여 비용은 물론 처분 이후 불송치, 불기소, 무죄판결 선고 등이 있기까지 요양급여 비용을 지급받지 못하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채택하는 국민건강보험체계 하에서 요양급여비용 중 공단부담금이 본인부담금 또는 비급여대상에 비해 현저히 높은데, 요양급여비용 지급이 보류되면 요양기관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경영악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부당이득의 징수가 가능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서 정한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사유가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서 요양급여 지급보류의 사유로 정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 · 운영하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사기관이 의료법 위반의 혐의로 송치하거나 기소한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였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는 점까지 수사 결과 확인되는 경우라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는 다른 의료재단의 청산과정에서 잔여재산 1,568,948,000원이 출연되어 2006. 11. 20. 설립되었으며, 2015년 1월 취임한 대표이사는 이사로 취임한 후 원고로부터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25회에 걸쳐 총 2억 4,200만원의 급여를 지급받고, 원고 명의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또 다른 대표이사는 개인자금으로 원고가 운영한 병원의 운영자금을 지출하거나 원고 명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였다가 인출하고, 원고 명의로 받은 대출금 5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수사 결과만으로는 원고가 재산출연 없이 설립되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고, 나아가 의료법 위반의 점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정 외에 피고가 별도로 원고의 재산이 부당하게 유출되거나 혼용되어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는 점 등을 확인하였다는 자료가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개설하여 운영해 온 병원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 · 운영되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준길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