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회사 대표가 다른 이사 명의 도용해 중고차 대출받아…이사, 갚을 의무 없어"

[서울북부지법] "기본대리권 없어 표현대리 유추적용 안 돼"

2024-06-06     김덕성

회사 대표가 다른 이사의 명의를 도용해 중고차 대출을 받은 경우 모용자에게 기본대리권이 없어 표현대리가 유추적용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김철환 판사는 3월 14일 중고차 대출금 채권을 양수한 A유한회사가 "양수금 7,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명의를 도용당한 이사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22가단153135)에서 이같이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B가 이사로 있는 회사의 대표인 C는 B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기화로 2018년 8월 29일 D사에게 자신이 마치 B 본인인 것처럼 행세하여 B가 D사로부터 벤츠 차량 구입 대금 명목으로 5,400만원을 변제기 2022. 8. 20., 이자 연 11.9%, 연체이자 연 14.9%로 각 정해 대출받는 내용의 중고차 오토론 약정서를 B 명의로 작성하고 B 명의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아 자신이 마치 B인 것처럼 행세해 본인 인증 등을 한 후 D사로부터 대출에이전시 회사 명의의 은행 계좌로 5,400만원(제1 대출금)을 송금받았다.

C는 또 약 두 달 후인 10월 16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D사에게 자신이 마치 B 본인인 것처럼 행세해 B가 D사로부터 봉고 차량 구입 대금 명목으로 5,400만원을 변제기 2022. 10. 20., 이자 연 19.9%, 연체이자 연 22.9%로 각 정해 대출받는 내용의 중고차 오토론 약정서를 B 명의로 작성하고 D사로부터 대출에이전시 회사 명의의 은행 계좌로 1,400만원(제2 대출금)을 송금받았다. D사는 C로부터 B 본인이 직접 발급받은 2018. 9. 19.자 B 인감증명서, B가 발급받은 2018. 10. 15.자 B의 주민등록표 등본, B의 운전면허증 사본을 제출받았다.

이후 D사로부터 B 명의로 대출이 이루어진 위 각 대출금 채권을 양수한 A사가 D사로부터 채권양도통지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B에게 채권양도통지를 하고, B를 상대로 7,300여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2022. 12. 22. 기준 대출원리금 채무가 제1 대출금과 관련한 4,300여만원, 제2 대출금과 관련한 3,000여만원 등 합계 7,300여만원이다.

A사는 "B는 C가 D사로부터 제1, 2 대출금을 받기 전에 이미 C에게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와 은행 통장을 주어 사용하도록 했고 C가 제1, 2 대출금을 받은 후에도 C에게 자신 명의의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표 등본,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한 점에 비추어 C는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D사는 C의 권한을 넘는 행위에 대하여 본인확인 절차를 충분히 이행했고 B 명의의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표 등본, 인감증명서를 제출받아 이를 확인했으므로 C가 B 본인으로서 B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민법 126조의 표현대리가 유추적용되어 B는 제1, 2 대출금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의 법리가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2989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A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가 피고(B)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가 C에게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 및 은행 통장을 주어 이를 사용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C가 피고를 대리하여 제3자와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기본대리권을 부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가 C에게 피고의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표 등본,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주민등록표 등본 및 인감증명서의 각 발급일자가 모두 C가 D사로부터 제1 대출금을 받은 이후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C에게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더구나 D사가 제1, 2 대출금을 대출해 줄 당시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를 통해 본인확인 절차를 이행하였고 C로부터 피고 명의의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표 등본,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받았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확인 절차는 대면을 통한 본인확인과는 달리 불완전하고 D사가 C로부터 피고의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표 등본, 인감증명서를 받은 것은 제1 대출금의 대출이 이루어진 이후이므로 D사가 C와 제 1, 2 대출금에 관한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할 당시 C가 피고 본인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가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에 따라 C가 D사로부터 피고 명의로 대출받은 제1, 2 대출금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는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A사는 예비적으로 "피고가 동종 전과로 이미 누범 기간 중에 있었던 C에게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 은행 통장, 운전면허증, 주민등록표 등본,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했고 그 과정에서 그 사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않는 부작위를 통해 C의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했으므로, 피고는 민법 760조 3항의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그러니 이에 대해서도, "피고가 C에게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 은행 통장 등을 교부할 당시 C가 동종 전과로 누범 기간 중에 있었다는 점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가사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의 주의의무가 생긴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C의 불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제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와 같은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않는 부작위를 통하여 C의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였다는 점 및 피고의 방조행위와 D사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C는 제1, 2 대출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2022년 11월 벌금 1,200만원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