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투자계약도 유효"

[대법] "유사수신행위법 3조는 단속규정에 불과"

2024-05-27     김덕성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회사가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뒤 유사수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며 법정이자 초과분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법 3조는 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에 불과해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도 사법상 효력을 가지므로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부실채권의 매입과 매입재산의 관리에 관한 사업 등을 하는 A사는 2018년 6월 29일 B씨와 이율을 20%로 정한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B씨로부터 투자금 3,000만원을 지급받았다. A사는 이후 2019년 7월 1일까지 B씨에게 투자원금과 배당금으로 3,580만여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A사의 운영자들은 B씨의 투자계약과 관련하여 유사수신행위를 했다는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에 있다.

2021년 8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A사의 관리인은 "B씨와 맺은 투자계약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3조에 위반되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여 사법상 무효이므로, B씨는 투자계약에 따라 A사로부터 받은 돈 중 투자원금과 이에 대해 법정이율인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420여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이 아닌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하여 사법상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도 4월 25일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효력규정 또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에 불과하므로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효력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2023다310471).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은 관계 법령에 따른 허가나 인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출자금 등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규제하여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유사수신행위법 제1조,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9769 판결 참조). 이러한 입법 목적은 행정적 규제나 형사처벌을 통하여서도 달성할 수 있고,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여야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그 사법상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경우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이 무효이면 계약 상대방은 유사수신행위자에게 계약의 이행을 구하거나 그 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고, 계약 내용에 따라 유사수신행위자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그 금원을 유사수신행위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이는 계약 상대방이 해당 계약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 유사수신행위가 유사수신행위법의 금지 또는 처벌 대상인지를 알았는지 등 그의 선의나 위법성의 인식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결과이다. 그런데도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를 효력규정 또는 강행규정으로 보아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선의의 거래 상대방을 오히려 불리하게 함으로써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할 수 있고,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어떤 규정이 효력규정 또는 강행규정인지는 그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그 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인지를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2233, 2240 판결,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5337 판결 참조).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은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장차 원금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돌려주거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관계 법령이 정한 인가 · 허가를 받은 경우와 같이 법령에 따라 허용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게 할 수 있으므로 그 행위의 내용 자체만으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