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집회 대응 · 사격훈련 소음에 난청' 진단 전직 경찰관…공무상 재해

[서울행법] "장해급여 지급하라"

2024-05-11     김덕성

34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집회 · 시위 소음과 사격훈련 소음 등으로 인해 난청을 진단받았다. 법원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김주완 판사는 4월 24일 난청을 진단받은 전 경찰관 A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단66760)에서 "장해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6년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되어 2020년 경정으로 퇴직한 A씨는, 2018년 4월 근무 중 양측 귀의 먹먹함과 이명 증상이 발생해 '이명'으로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경찰병원 등에서 계속 치료를 받다가, 2020년 6월 경찰병원 주치의로부터 '소음유발 난청(의증), 돌발성 난청 NOS, 한쪽, 이명'(이 사건 각 상병)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가 인사혁신처장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했으나 불승인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1989년부터 1990년까지 대통령 행사 관련 경호업무 등을,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청와대, 광화문, 종로 인근 집회와 시위 진압업무 등을,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집회시위 진압과 채증업무 등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사격훈련 교관업무를 수행했다. 2018년부터 퇴직 전까지는 경찰서 경비교통과장으로 경비 · 경호업무와 교통업무를 담당했다. A씨가 집회 · 시위 관련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약 7년, 사격훈련 교관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약 4년에 이른다. 

김 판사는 먼저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조에서 정한 '공무상 질병'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그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므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4두250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공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 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데,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공무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공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두2755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또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두 32898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김 판사는 "원고는 귀에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로 무전기 신호를 들으면서 경호업무 및 집회 · 시위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고, 집회 · 시위 관련 업무 중에 확성기 등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소음에 노출되었으며, 사격훈련 교관업무를 수행할 당시에는 고도의 총격 소음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단된다"며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그 수행 기간, 공무 수행 중 원고가 받았을 심리적 부담감, 소음 노출의 정도와 횟수, 이 사건 각 상병과 특정 공무 수행의 시기적 연관성, 각 상병의 의학적 특성, 원고의 기초질환과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과도한 소음 노출과 업무상 스트레스 같은 공무상 요인이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개인적인 요인과 겹쳐 각 상병을 유발 또는 자연경과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공무와 이 사건 각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원고는 약 34년간 경찰로 근무하며 정기적으로 사격훈련을 한 이외에도 약 4년간 사격훈련 교관업무를 수행하였고, 청력검사 결과 좌측은 농, 우측 29dB로 좌측 청력이 훨씬 나쁘게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좌측 청력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총격 소음에 노출되어 악화되었을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