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그랜저 앞범퍼 추돌 사고 적정 대차기간은?
[전주지법] "자동차보험약관 지급기준에 구속 안 돼" 보험사 2일 주장에 수리기간 8일간 대차료 지급 판결
K5 승용차가 전북 완주군에 있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같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A씨의 그랜저 승용차의 앞범퍼 부위 등과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그랜저 승용차의 수리에 따른 적정 대차기간은 며칠일까?
A씨는 사고 후 이틀 뒤인 7월 22일 오전 9시쯤 그랜저 승용차 제조사의 공식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해 수리를 마치고 7월 29일 차량을 출고하고, 위 8일의 수리기간 동안 다른 그랜저 승용차를 대차하여 대차비용으로 1,185,600원을 지출했다. A씨는 이어 K5 승용차의 보험사인 KB손해보험에 위 대차비용을 청구했으나, KB손해보험이 그 일부인 665,600원만 지급하자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나머지 비용 52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KB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약관의 지급기준에 따르면 통상의 수리기간에 따른 대차료를 지급하도록 명시되어 있고, 국토교통부장관이 공표한 자료인 AOS 프로그램과 보험개발원이 작성한 '통상의 수리기간(2018)' 표에 의하면 이 사고에 따른 원고 차량의 통상의 수리기간은 최대 2일"이라며 "원고에게 주말 이틀을 포함하여 총 4일의 대차료를 지급함으로써 위 약관에서 정한 통상의 수리기간에 따른 대차료를 모두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수리기간이 최대 2일인데 총 4일의 대차료를 지급했으니 더 이상 지급할 대차료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소송의 항소심(2023나13223)을 맡은 전주지법 민사2-3부(재판장 설민수 부장판사)는 그러나 3월 27일 "피고는 원고에게 5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3. 2. 15. 선고 2012다67399 판결 등)을 인용, "피해자가 사고로 인한 손괴로 수리에 필요한 일정한 기간 동안 자동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그 기간 동안 동종·동급의 다른 자동차를 대차한 비용을 가해 자나 보험사업자에 대하여 손해배상금이나 보험금으로 청구하는 경우, 당해 자동차의 대차가 필요한 것이어야 함은 물론 나아가 그 대차비용의 액수 또한 상당한 것이어야 그 청구를 인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원고 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원고 차량을 운전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원고 차량을 수리하는 기간 동안 다른 차량을 대차할 필요성이 발생하였으며, 그 대차기간과 관련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원고 차량의 수리기간이 적정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피고는 피고의 자동차보험약관에 기하여 원고에게 AOS 프로그램 및 보험개발원이 작성한 '통상의 수리기간(2018)'에 따라 산정한 수리기간을 넘는 대차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법원은 자동차보험약관에서 제시한 지급기준에 구속되지 않는 점(위 AOS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산정한 표준정비시간 또한 그 사용자에게 적절한 정비요금을 산정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을 제공하는 수단일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②원고는 원고 차량 제조사의 공식 서비스센터에 원고 차량의 수리를 맡겼고, 위 서비스센터는 2022. 7. 22.부터 2022. 7. 29.까지 총 8일간 원고 차량을 수리하였는데 서비스센터 측이 위 기간 사이에 원고 차량의 수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볼 사정이나 이유가 전혀 없는 점, ③원고가 위 서비스센터에 이 사건 사고와 무관한 부품의 수리를 요청하는 등 원고 차량의 수리를 부당하게 지연시켰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④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장마철이자 휴가철로서 서비스센터에 사고로 손상되거나 문제가 발생한 차량이 가장 많이 입고되는 시기이므로, 위 AOS 프로그램으로 산정한 수리기간보다 실제 수리에 약 4일이 더 소요되었다고 하더라도(영업일 기준) 위 수리기간이 부당하게 길다고 보기 어려운 점(위와 같은 상황에서 통상의 자동차 운전자에게 서비스센터의 내부 특별 사정을 입증할 것까지를 요구하는 것은 입증책임의 부담 측면에서도 불합리하다) 등을 종합하면, 원고 차량의 입고부터 출고까지 걸린 총 8일의 기간을 원고 차량의 파손 부분 정도만을 가지고 수리를 위해 통상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어, 원고에게는 위 기간 동안 대차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피고 주장대로 통상의 수리기간 2일이 아닌 8일간의 대차비용을 피고가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 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는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따라 보 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보험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자의 책임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일 뿐, 법원이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보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자동차종합보험약관의 지급기준에 구속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300708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차량과 동종, 동급의 다른 자동차를 대차하는 비용을 1일당 228,000원에 35%의 할인율을 적용한 금액으로 보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1,185,600원[=1일 대차료 228,000원×대차기간 8일×65%(35%의 할인율 적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