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1년 이상 서면계약 없어도 '택배 운송' 화물차주에 산재 적용 인정
[서울행법] "노동부고시 구속력 부정"…특수형태근로종사자 해당 판결
'서면으로 1년 이상'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운수사업자의 택배화물을 상시적으로 운송해온 화물차주도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허준기 판사는 4월 18일 다른 화물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친 화물차주 A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4구단50943)에서 이같이 판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B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화물차량을 운전해 택배 물품을 양산에서 대전까지 운송하는 업무를 수행해 온 A씨는, 2023년 3월 23일 오전 1시 37분쯤 대전 대덕구 허브터미널 도크에서 후진하던 화물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요추 제2,3,4,5번 좌측 횡돌기 골절, 좌측 천골 골절' 등의 진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상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않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허 판사는 먼저 하나의 사업주와 '서면으로 1년 이상'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고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는,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5조 제5조의2의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관한 '택배 지 · 간선기사 및 유통배송기사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기준'(고용노동부고시 제2022-50호) 2조는 구 산재보험법 등 상위법령에 배치되고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데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 중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5조 제5의2호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B사 담당자가 '원고의 경우 2023. 3. 이전에는 용차로서 일이 있을 때 불러 사용하는 화물차주였다'고 진술한 점, 원고가 'B사에서 용차로 근무하다가 자리가 생겨 노선으로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원고가 2023. 2.에는 9일 동안 B사의 화물을 운송하였으나, 2023. 3.에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23. 3. 23.까지 16일 동안 화물을 운송하여 그 운송 횟수가 B사의 고정물량 차량의 운행 비율(월 23~24일 운행)과 유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23. 3. 이전에는 B사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운송업무를 하는 용차로 근무하다가 사고 발생 이전인 2023. 3.부터는 묵시적으로나마 B사와 노선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정해진 노선과 일정에 따라 화물을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원고가 전체 소득의 100분의 50을 초과한 소득을 B사로부터 얻어 위 고용노동부고시 제2조 제2호의 요건을 충족한 것을 넘어 2023년 1기분 총 소득 중 90% 이상을 B사에서 얻은 점, 원고가 2023. 3.경부터는 노선 화물운송을 하면서 용차 화물운송을 할 때와 달리 임의로 쉴 수 없고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월 23~24일 정도 화물운송을 한 점,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달리 원고가 타인을 사용하여 원고의 화물운송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구 산재보험법 제125조 각 호에서 정하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데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B사는 운송의뢰에 따라 집배된 택배화물을 터미널 또는 지정된 장소에서 인수하여 다른 터미널 또는 지정 장소까지(주로 부산에서 대전까지) 운송하는 회사로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운수사업자라고 볼 수 있고, 원고는 B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화물자동차로 물류센터 간 화물운송업무를 하는 화물차주에 해당하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외적 구속적을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이 사건 고시 제2조 제2항)을 충족하므로,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4조 제5조의2호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