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대차, '치장' 협력업체 근로자 직접고용의무 없어"
[대법] "근로자파견관계 아니야"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4월 4일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에서 치장(置藏)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26명이 "현대차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으므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거나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99306)에서 "원고들과 현대차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치장업무란 생산된 수출용 차량이 수출선적장을 거쳐서 나오면 이를 야적장으로 옮겨 주차하는 업무다. 원고들은 현대차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PDA로 차량 정보를 확인해 수출용 차량을 지정된 주차구역으로 운전하여 이동한 후 주차를 완료하고 다시 RFID Tag를 PAD로 인식시켜 주차위치를 현대차의 수출물류통합관리시스템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일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과 현대차 사이의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치장업무는 생산이 완료된 수출용 차량을 수출선적장에서 야적장까지 이송하는 '생산 후 공정' 내지 '생산 후 업무'로서 직접생산공정과는 명확히 구분되고, 보전 · 물류 · 생산관리업무 등과 같이 직접생산공정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간접생산공정과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들과 피고, 협력업체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근로자파견에 부합하는 사정들이 일부 발견되기도 하나, 제출된 증거들 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 · 명령을 받으며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관계를 형성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실질적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 · 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파견을 인정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에 해당하나,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에서는 이러한 지휘 · 명령관계의 징표들을 발견하기 어렵고, 직접생산공정의 경우와 같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지휘 · 명령을 대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치장업무는 수출선적장 밖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야적장으로 운송하여 국가별 · 차종별로 구분하여 주차하는 정형화된 업무로서 구체적인 작업방법을 정한 작업표준서 등도 존재하지 않았고, 또한 원고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용한 PDA와 수출물류통합관리시스템에는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직접생산공정에서 근무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주간연속 2교대로 근무하였고, 이들과 동일하게 근로일과 휴일을 적용받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직접생산공정을 통해 생산된 차량 중 일부만이 수출용 차량으로 분류되어 치장업무에 이르게 되고, 치장업무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출고과정을 거치므로 직접생산공정과 치장업무 사이에는 시간적, 공간적 간격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직접생산공정과 치장업무가 밀접하게 연동되어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소속 직원들과 혼재되어 근무하지 않았고 상호간에 혹은 일방적으로라도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하지 않았으며, 이들이 긴밀하게 협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는 분명하게 구별되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1심에선 김앤장, 항소심부터는 법무법인 화우가 현대차를 대리했다. 원고들은 김기덕 변호사 등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