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폐점 후 재출점'시 거리제한 예외 둔 CU 편의점 가맹계약 조항 무효
[서울고법] '230m 거리 타점포 재출점'에 공정위 경고 적법
기존 가맹사업자가 폐점 후 재출점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등에는 기존 점포의 250m 내에서도 점포를 열 수 있도록 한 CU 편의점의 가맹계약 조항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4월 18일 기존 가맹사업자의 점포로부터 약 230m 거리에 다른 점포의 재출점을 승인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은 CU 편의점 운영사 BGF리테일이 "경고처분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2023누45653)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경고처분은 적법하다"며 BGF리테일의 청구를 기각했다.
BGF리테일은 2020년 9월 A씨와 경기 부천시에 CU편의점을 개설 · 경영하기로 하는 가맹계약을 맺었다. 가맹계약 16조에는 '가맹본부는 본건점포(A씨 점포)로부터 250m(도보 통행 최단 거리 기준) 내에 CU 편의점(직영점 포함)을 신규로 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기존 가맹사업자가 거리제한 기준 내에서 폐점 후 재출점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등에는 250m 내에서도 점포를 열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었다.
BGF리테일은 2021년 5월 기존 가맹사업자인 B씨에게 A씨의 점포로부터 약 278m 거리에 있는 편의점을 폐점하고, A씨의 점포로부터 약 230m 거리에 있는 곳에 재출점하는 것을 승인했다. BGF리테일은 A씨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며 영업지역 내 '출점동의서'에 서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했다. A씨는 2021년 5월 BGF리테일에 B씨 점포의 공사 중지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BGF리테일은 "가맹계약 16조에 따라 기존 가맹사업자가 본인의 거리제한 기준 내에서 폐점 후 재출점한 것"이라고 답변하고, A씨 점포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B씨 점포의 재출점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에 공정위가 BGF리테일의 위와 같은 재출점 행위가 A씨 점포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가맹점을 설치한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에 해당한다며 BGF리테일에게 경고처분하자 BGF리테일이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가맹계약의 거리제한 예외 조항을 가맹사업법 12조의4 3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12조의4 1항은 "가맹본부는 가맹계약 체결 시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설정하여 가맹계약서에 이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3항에서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조항(거리제한 예외 조항)은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 내지 이전이라는 행위로 인하여 본건점포(A씨 점포)의 영업지역을 침해하고 그영업권 보호에도 치명적인 위해(危害)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쟁점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모든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사업법의 취지에 따라 따라 현재 자신의 영업지역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반면, 쟁점조항에 따라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이나 이전을 허용하게 되면 모든 가맹점사업자는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 · 이전에 의해 언제든지 현 상태의 영업지역을 침해당할 수 있게 되므로, 이 사건 쟁점조항을 가맹사업법 제12조의4 제3항의 '정당한 사유'에 일반적으로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쟁점조항은 가맹사업법 12조의4 1항과 3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BGF리테일은 이와 관련, 쟁점조항이 기존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내지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본건점포가 재출점하거나 이전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본건점포에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에 설정된 영업지역을 '현 상태(status quo)대로'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가맹점사업자들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기존점포가 본건점포의 영업지역 내에서 재출점 · 이전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현 상태를 파괴하는 것이어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를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BGF리테일이 A씨 점포의 영업지역 안에서 B씨 점포의 재출점을 승인함으로써 이루어진 이 사건 재출점 행위는, 비록 위 재출점 행위가 이 사건 쟁점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쟁점조항이 가맹사업법 12조의4 1항과 3항에 위반되어 무효인 이상, 본건점포(A씨 점포)의 영업지역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앤장이 BGF리테일을, 공정위는 법무법인 이제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