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무실에서 직장 상사 욕설 몰래 녹음해 인사팀에 신고…무죄"

[대구지법]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아니야

2024-04-16     김덕성

A(36)는 경북 울진군에 있는 공공기관의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평소 실장인 B가 사무실에서 잦은 욕설을 사용해 고충을 겪는다는 이유로, B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때 사용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2021년 12월 21일 오전 10시 22분쯤 사무실에서 B가 사무실 직원 C, D에게 '신입 직원 채용 문제로 징계를 받은 사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관장, 본부장 등을 욕설하는 대화를 휴대전화로 녹음했다. 이어 2022년 1월경 B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사팀에 신고하면서 위와 같이 녹음한 B의 대화 내용 녹취록을 제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 누설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A와 변호인은 "B가 당시 사무실 내에 있었던 직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대화를 한 것이므로, A도 이 대화의 당사자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 부장판사)는 4월 2일 A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4고합3).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대화'에는 당사자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 중 한 명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상대방은 듣기만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대화는 B의 일방적인 발언으로, 자신이 신입 직원 채용 문제로 징계를 받은 사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욕설하는 내용이다. 당시 B는 자신이 인사 담당 직원의 행위로 인하여 징계를 받게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표시하면서 이 직원과 관장을 상대로 욕설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B의 발언 내용과 의도, C나 D가 B에 대한 위 징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발언이 C, D만을 그 상대방으로 특정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C는 법정에서 B가 대화 당시 사무실 중앙 쪽인 자신의 자리 앞에서 발언하여 사무실 내의 직원들이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그 말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실제 위 사무실의 구조와 크기, 피고인의 자리에 설치된 파티션의 높이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대화 당시 자신의 자리에서 B의 발언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B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의 발언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민주와 류승준 변호사가 A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