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맞는데 왜 우겨?"…예단 드러내는 판사 여전

서울변호사회 법관평가 결과 발표

2024-01-07     김진원

변호사들이 평가한 법관들의 재판진행 결과는 어떨까? 2008년부터 법관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2023년도 평가 결과 5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유효평가 법관 1,402명의 평균점수가 84.132점(100점 만점)으로 집계되었다. 81.80점을 기록한 2022년도에 비해 2.3점 가량 상승했다. 90점 이상을 받은 우수법관도 109명으로, 2022년의 70명에 비해 39명이 늘었다.

평균점수 상승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109명은 치우침 없는 충실한 심리, 충분한 입증기회 제공, 철저한 재판 준비, 경청과 충분한 배려, 적극적인 소통 등의 구체적인 사례가 제출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원석 법관의 경우, 증인이 많고 쟁점이 복잡한 사건임에도 증인신문 시간 내내 증언을 경청하며, 양측의 의견을 잘 조율하여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였다는 사례가 제출되었고, 서울가정법원 허선아 법관의 경우 사건의 내용을 충실히 파악하여 절차가 지연되지 않되,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였다는 사례가 제출되었다. 허선아 법관은 올해를 포함하여 3회, 이원석 법관은 2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었다.

반면 20명의 법관이 부적절한 재판진행으로 하위법관에 선정되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받은 법관 중 평균 점수 최하위를 기록한 지방법원의 한 법관은 여성 피고인에게 반말로 "반성문 그만 쓰고 몸으로 때우라"고 말하여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큰 심적 상처를 주었고, 피고인에게 처음 보자마자 "피고인, 고개 들어봐 나 알지?"라고 말하면서 "영장심사할 때 기록 봤는데 유죄 맞는데 왜 우겨?"라고 말하며 영장실질심사 때의 심증으로 고압적인 예단을 드러냈다는 사례가 접수되었다. 또한 1심에서 다투지 않은 사실을 항소심에서 다투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 및 양형조사 신청을 하자 "스모킹건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안 받아준다"며 증거신청을 부당하게 배척하였고, 변호인에게 "기록도 안 보았느냐"며 무례한 말을 하며 판결문에는 기록과 명백히 배치되는 잘못된 사실관계를 기재하였다는 사례가 접수되었다.

총 7회에 걸쳐 하위법관에 선정된 서부지방법원 소속 법관도 기록에서 이미 증거로 증명하였고, 상대방도 다투지 않는 사실관계를 여러 번 잘못 파악하여 변론기일에서 구두로 언급했으며, 조정을 진행하자고 하면서 변론기일에 당사자에게 윽박지르거나 빈정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또 대리인이 담당한 사건 외에 앞, 뒤 사건들에서도 조정을 강요하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사례가 접수되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일정 수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유효 평가된 모든 법관의 평균점수와 순위 등의 평가결과를 법원행정처와 소속 법원장에게 통지하고, 피평가자 법관 본인에게도 우편으로 개별 통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법관 20인과 소속 법원장에게 하위 법관 선정 사실을 통지하는 한편,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여 추후 하위법관으로 선정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 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2023년 법관평가엔 회원 변호사 2,341명이 참여하여 총 21,761건의 평가표가 접수되었다. 평가 대상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이 수행한 재판을 담당한 전국의 법관 3,222명이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일정 수 이상의 회원으로부터 평가받은 법관의 데이터 중 최고 · 최저점을 제외한 데이터만을 집계했다고 밝혔다. 평가와 접수기간은 2022년 11월 12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유효 평가건수는 21,761건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