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때린 남편보다 옛 애인과 외박하며 가정 소홀히 한 아내에 가정파탄 책임 더 커"
[속초지원] 가출 아내 이혼청구 등 기각
2008-03-18 최기철
춘천지법 속초지원 허경호 판사는 2월 12일 아내 A씨가 "남편의 폭행으로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며, 남편 B씨를 상대로 이혼과 함께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을 청구한 사건(2007드단593)에서 "A씨의 책임 더 크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990년 B씨와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A씨는 예전 남자친구를 만난 적은 있으나 부정행위를 하지는 않았는데, 남편이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시인하라고 강요하면서 때리고 협박한다며, 집을 나와 남편을 상대로 이혼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피고는 화물운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허 판사는 ▲A씨가 2005년경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친구를 만나라 간다면서 외박을 하고, 그 해 12월 친구들에게 예전 남자친구인 C씨를 소개시켰고 ▲2006년 1월엔 부산으로, 그 해 2월엔 삼척으로 자녀를 데리고 가서 C씨를 만나 그곳에서 자고 온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또 ▲2006년 3월 A씨와 그 친구들이 속초에 있는 찜질방에 모여 있을 때 A씨가 찜질방 앞 모텔에 머물고 있던 C씨를 데리고 와서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에 놀러간 적이 있고 ▲A씨는 한 친구에게 'C씨가 첫사랑인데 그와 살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적이 있으며 ▲A씨가 C를 만난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기 전에도 남편에게 이혼해 줄 것을 요구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원 ·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데에는 C씨와 자주 만나면서 가정을 소홀히 하고, 피고가 이를 알게 된 후에도 혼인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보다는 가정을 떠나는 선택을 한 원고에게 보다 큰 책임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원고로서는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허 판사는 이어 "원 · 피고의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등도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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