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고인에 사전 통지 없이 예정보다 2주 앞당겨 선고…방어권 침해"
[대법] 원심 파기환송
형사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선고기일을 예정보다 2주 앞당겨 선고했다가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A씨는 자동차를 대신 팔아주겠다는 명목 등으로 18명에게서 약 4억 5,000만원 상당의 금원 내지 차량을 편취하고 1,45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자,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1회 공판기일인 올 3월 8일 변론을 종결하면서 제2회 공판기일인 선고기일을 4월 7일로 지정해 고지했다. 그런데 위 지정 · 고지된 바와 달리 2주 앞선 3월 24일 A씨에 대한 선고기일이 진행되어 교도소에 재감중이던 A씨는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법정에 출석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월 13일 A씨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3도4371)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변론 종결 후 피해자와의 합의서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 제출을 위한 기간을 고려하여 선고기일을 2023. 4. 7.로 지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2023. 3. 24.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에는 선고기일로 지정되지 않았던 일자에 판결선고절차를 진행함으로써 공판기일의 지정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설령 2023. 3. 24. 재판장이 피고인이 재정한 상태에서 선고를 하겠다고 고지함으로써 선고기일이 2023. 3. 24.로 변경된 것으로 보더라도, 양형자료 제출 기회는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고,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의하면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원심판결의 선고기일이 양형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서 의미가 있는데, 원심법원이 변론종결시 고지되었던 선고기일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사전에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박하게 변경하여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과 이에 관한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판결의 선고는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하여야 하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따로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318조의4 1항). 재판장은 공판기일을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데(267조, 270조),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을 소환하여야 하고, 검사, 변호인에게 공판기일을 통지하여야 한다(267조 2항, 3항). 이와 같은 규정이 준수되지 않은 채로 공판기일의 진행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도1830 판결 등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