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부모 사망 후 부모가 든 즉시연금 사망보험금 수령했어도 단순승인 아니야"
[대법] "즉시연금보험도 상속재산 아닌 상속인 고유재산"
상속인인 자녀들이 피상속인인 부모가 가입한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에 따라 부모가 사망한 후 사망보험금을 받았더라도 상속의 단순승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은 생명보험이고 이에 따른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6월 29일 채권자 A씨가 2015년 12월 숨진 채무자 B씨의 세 자녀를 상대로 "약정금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300934)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들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피고들은 원고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고들은 상속한정승인을 했으므로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약정금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는 1998년 3월 A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으며, A는 2008년 B를 상대로 약정금 3,000만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됐다.
한편 B는 2012년 9월 삼성생명보험과 만기가 10년이고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 1억원을 일시에 납입했다. 이 보험계약은 보험수익자가 매월 일정한 계산식에 따라 산출된 생존연금을 지급받다가 만기가 도래하면 납입 보험료와 동일한 액수의 만기보험금을 지급받지만, 만기가 도래하기 전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당시까지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된 금액과 일정 금액을 합산한 액수의 사망보험금을 받는 내용의 보험이다. B는 자신이 생존할 경우의 보험수익자를 자기 자신으로, 사망할 경우의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했다. B가 이 보험계약에 따라 생존연금을 지급받다가 만기가 도래하기 전인 2015년 12월 사망하자, 공동상속인인 B의 세 자녀가 보험수익자로서 이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에서 B의 기존 보험대출 원리금을 공제한 3,800여만원을 수령했다. B의 세 자녀는 2017년 7월 B에 대한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수리 심판을 받았는데, 당시 제출된 상속재산목록에는 이 보험계약에 따라 수령한 사망보험금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A는 B의 세 자녀를 상대로 B가 부담하던 약정금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B의 세 자녀는 상속의 한정승인을 했으므로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약정금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다투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0다31502 등)을 인용, "생명보험의 보험계약자가 스스로를 피보험자로 하면서 자신이 생존할 때의 보험수익자로 자기 자신을, 자신이 사망할 때의 보험수익자로 상속인을 지정한 후 그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에 따른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상속재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상속인들은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이러한 권리는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B가 삼성생명과 맺은)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자가 보험수익자에게 매월 생존연금을 지급하다가 만기가 도래하면 만기보험금을 지급하고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므로 사람의 사망과 생존 모두를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청구권은 B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피고들이 보험계약의 효력에 따라 고유한 권리로 취득한 것이지 B로부터 상속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들이 보험계약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수령한 행위는 고유재산인 자신들의 보험금청구권을 추심하여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특히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만기까지 생존할 경우 납입 보험료 상당액을 만기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약정되어 있으므로 보험자는 일시 납입된 보험료 중 상당 부분을 적립금으로 계상해 두어야 하나, 보험자는 만기 이전에도 보험수익자에게 생존연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적립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고, 만기 이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당시까지 적립금으로 계상된 금액뿐만 아니라 여기에 일정 액수를 더하여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사망보험금이 납입 보험료와 그 액수가 유사하게 산출된다 하여 피상속인의 생전 보유 재산인 보험료 납입 재원과 동일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생명보험계약인 이 사건 보험계약의 법적 성질이 달라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