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양주시가 공설묘지에 매장한 무연고 유골 분실…위자료 물라"

[대법] "봉안 이어 10년간 합리적 관리 의무 부담"

2023-07-18     김덕성

A씨의 형 B씨는 정신지체자로 경기 양주시의 관할구역 내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2011년 12월 급성심장사로 사망했다. 양주경찰서는 A에게 형의 사망을 통보했으나 A가 형의 시신을 인수하지 않자 양주시에 행정처리를 의뢰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12조 1항은 "시장등(특별자치도지사 ·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시신으로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봉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9조는 무연고 시신 등에 대한 매장 또는 봉안의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 법령에 따라 양주시는 2012년 3월 B를 무연고자로 처리해 장례를 치른 후 양주시가 설치 · 관리하는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공설묘지에 분묘를 설치해 매장했다.

A는 5년쯤 지난 2017년 7월 형의 시신을 이장하기 위해 형의 분묘를 찾았으나 해당 분묘는 훼손되고 표지판도 멸실된 상태였다. 형의 유골도 찾지 못했다. 이에 A가 "시가 분묘의 훼손이나 유골의 분실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위반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양주시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모두 A의 청구를 기각하자 A가 상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에게 공설묘지를 설치 · 관리함에 있어 관리인을 배치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통하여 분묘의 훼손이나 유골의 분실을 방지할 법률상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보통의 베풀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나머지 분묘가 훼손되고 봉분 내 유골이 없어져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그러나 6월 29일 양주시의 책임을 인정,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다286000).

대법원은 "장사법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법령상 의무는 시장 등으로 하여금 무연고자의 시체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매장 · 화장하여 봉안하는 것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연고자가 장사법 시행령 제9조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장사법 시행규칙 제4조의 공고 등을 통하여 사망한 무연고자의 소재를 확인한 후 매장 · 화장 · 봉안된 시체 · 유골 등을 인수하여 적절한 예우를 할 수 있도록 봉안된 무연고자의 시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당연히 포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피고는 장사법 제12조 제1항 및 장사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무연고자로 처리된 B의 시체에 대하여 10년 동안 매장 · 화장하여 봉안할 의무를 부담하고, 나아가 그 기간 동안 원고 등 B의 연고자가 봉안된 B의 시체 · 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B의 분묘가 훼손되거나 B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할 법률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아, 이러한 주의의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무연고 시체 등의 처리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사법 12조 1항에서 정한 법령상 의무는 시장 등에게 10년 동안 망인의 연고자가 봉안된 망인의 시체 · 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부담시킨 것임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