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묘지 분양하며 영구적 사용권 부여…관리비 납부 안 했다고 철거 불가

[서울중앙지법] "분묘 존속하는 동안 분묘기지권 존속"

2023-06-24     김덕성

공원묘원이 묘지를 분양하며 영구적으로 묘지사용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후 피분양자가 묘지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자 공원묘원이 분묘철거 등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더라도 묘지에 성립된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소멸하지 않고 존속한다는 것이다.

고양시에 묘지 44,994㎡를 소유하면서 공원묘원의 조성과 유지관리를 하고 있는 A재단법인은 1977년 4월 14일 B씨에게 공원묘원 내 묘지 25평을 분양하는 묘지사용계약을 체결했다가, 1977년 12월 30일 15평을 추가해 최종적으로는 묘지 40평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했다. 묘지사용계약에 의하면, A재단은 묘지사용권리를 영구적으로 부여하고, B씨는 A재단에게 매년 관리기간이 시작되기 전 A재단이 정한 연간 관리비를 선납하기로 되어 있다. A재단이 정한 관리비 기준에 의하면 B씨가 분양받은 묘지에 대한 관리비는 2013. 4. 14.부터는 연 60만원, 2017. 4. 14.부터는 연 72만원, 2019. 4. 14.부터는 연 80만원이다. B씨는 분양받은 묘지에 선친의 분묘를 설치 · 수호하고 있다.

그런데 A재단이 분묘에 대한 벌초를 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B씨는 1982년 4월 14일부터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이에 A재단이 2015년 8월 B씨를 상대로 미납관리비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 B씨의 이의신청을 거쳐 B씨는 A재단이 구하는 2013. 4. 14.부터 2016. 4. 13.까지 3년의 기간에 대한 관리비 18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B씨가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자, A재단이 다시 B씨를 상대로 2015. 4. 14.부터 2019. 4. 13.까지 4년간의 미납관리비로 264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 지급명령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이후 A재단이 2019. 4. 14.부터 2022. 4. 13.까지 3년간의 미납관리비 240만원을 지급하고, 분묘를 철거하고 묘지를 인도하라며 낸 소송이 이번 소송(2022가단5227698)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6월 13일 관리비 지급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는 원고에게 24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원고의 분묘철거와 묘지 인도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묘지에 분묘를 설치할 것을 승낙하는 취지에서 1977. 4. 14. 및 1977. 12. 30. 피고와 묘지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묘지사용권을 영구적으로 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묘지에 대하여는 원고의 승낙에 의한 분묘기지권이 성립되었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이 사건 묘지에 대하여 성립한 분묘기지권은 원고와 피고의 약정인 묘지사용계약에 의하여  묘지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그 분묘수호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분묘기지권은 계속하여 존속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설령 피고가 묘지사용계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묘지에 설치된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할 의사가 명백한 이상 묘지에 대하여 성립된 분묘기지권은 소멸하지 않고 존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반대되는 견해를 전제로 한 원고의 분묘 철거청구 및 묘지 인도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는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에 따를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그에 따를 것이며, 그런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하고(대법원 2005다44114 판결 등), 이러한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한 관습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헌법재판소 2017헌바208 결정)"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