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전자그릴 부품 납기 못 지켜 日 홈쇼핑 판매업체에 위약금 지급…70% 배상책임 인정"
[서울북부지법] "위약금 발생 충분히 알 수 있어"
전자그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가 납품기일을 지키지 않아 전자그릴업체가 거래처인 일본 홈쇼핑 판매업체에게 위약금을 물게 되었다. 법원은 플라스틱 부품 납품사가 위약금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손해의 70%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북부지법 임기환 판사는 4월 5일 전자그릴업체인 A사가 "일본 홈쇼핑 판매업체에 위약금으로 지급한 1억 6,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A사에 본체 상판, 본체 하판, 물받이 등 전자그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부품을 사출해 납품하는 B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1가단134687)에서 B사의 책임을 7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1억 1,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세호 변호사가 A사를 대리했다.
A사는 2021년 1월 27일 B사에게 납품기일이 2021. 2. 25.로 기재된 발주서를 송부했고, B사는 그 발주서에 법인 인감을 날인해 다시 A사에 전달했다. A사는 약 두 달 뒤인 2021년 3월 16일 위 발주서에 더해 B사에게 추가 발주서를 송부했고, B사는 이에 대해 '불량품 판단 기준 확립 등 일정한 납품조건 하에 2021. 1. 27. 발주분을 2021. 4. 9.까지, 2021. 3. 16. 발주분은 2021년 5월 첫 주까지 나눠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런데 B사는 2021년 1월 27일부터 4월 9일까지 위 1월 공급계약 발주 품목 중 상당수의 항목에 대해 발주량 미만의 수량만을 납품했다. 이에 따라 A사는 일본 거래처인 홈쇼핑 등 판매업체인 C사와의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2021년 5월 5일까지 전자그릴 완제품 2,300개를 히로시마항에 납품했어야 하나, 그 절반인 1,150개는 2021년 6월 7일, 나머지 절반은 2021년 8월 30일 납품하고 각 33일, 118일을 지연함으로써, C사에 위약금으로 15,939,000엔(한화 1억 6,700여만원, 수수료 포함)을 송금했다. 이에 A사가 "B사가 자신의 책임 있는 사유로 납기를 지키지 못했고 이와 같은 B사의 채무불이행으로 공급지연에 따른 위약금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B사는 이에 대해 "1월 공급계약에 대해 A사고가 부당하게 반품한 수량을 포함하면 이미 초과납품하여 그 의무이행을 다했고, 3월 공급계약에 대하여는 A사와 2021년 5월 첫째 주를 납품기일로 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 판사는 그러나 "원고가 반품한 부품 중 상당 부분에는 플라스틱 사출 및 포장과정에서 발생한 스크래치와 파손 등 피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로 발생한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는 정상적인 판매가 어려운 정도였던 점, 설사 원고의 반품이 모두 부당한 것이었더라도 원고의 발주량보다 반품수량을 포함한 피고의 납품량이 더 적었던 점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1월 공급계약에 따른 납품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2021. 3. 31.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3월 공급계약에 따른 주문 수량을 2021년 5월 첫째 주까지 공급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인정되는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세부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와 별개로 피고가 위 주문 수량을 5월 초까지는 납품하겠다는 점에 대해서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 판사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원고는 C사에 위약금 15,939,000엔을 송금하였는데, 이러한 손해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을 물건을 2차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고의 납기 지연으로 당연히 수반되는 통상손해가 아니고 원고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통상의 손해가 아니어서 피고가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①피고가 1월 공급계약 상의 납품기일인 2021. 2. 25.까지 부품을 완납하지 못하자 그 이후 원고는 지속적으로 납품을 독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전기그릴 판매 일정이나 위약금의 존재에 대하여 언급하였을 것이 일반적인 거래관념에 부합하고 이는 증인의 진술과도 일치하는 점, ②실제로 원고 측 직원이 2021. 3. 18. 피고 측에 납품을 독촉하며 '저희 홈쇼핑 못나갑니다'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③피고는 원고에게 2021년 5월 초까지 3월 공급계약에 따른 물품을 공급할 예정이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송부하였는데, 그 기한은 원고의 일본 수출을 위한 납품기일과 거의 일치하는 점, ④원고가 전자그릴을 홈쇼핑 등의 판매업자에게 공급하며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상대방 판매업자에게 위약금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은 거래관념 내지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적인 일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전기그릴을 홈쇼핑 등 판매업자에게 공급한다는 사정을 알고 있는 피고로서는 자신의 부품공급 지체로 원고의 납기가 지연될 경우 원고에게 위약금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는 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임 판사는 다만, "원고 역시 피고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불량 판단 기준을 마련하여 반품 처리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