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높여야"

전경련, 대법 양형위에 개선 의견 제출

2023-06-09     김진원

기술 보호에 관한 대표적인 법률인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36조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그 외 산업기술을 해외유출한 경우는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이란 기술적 · 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 유출 시 국가의 안전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또 부정경쟁방지법, 방위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에서도 영업비밀, 방위산업기술, 전략기술 등의 해외유출 범죄 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87.8%가 무죄 또는 집행유예 선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그러나 "실제 처벌은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6월 8일 밝혔다.

전경련이 2022년에 발간된 사법연감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총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 선고와 집행유예(27.2%) 판결이 87.8%를 차지했고, 재산형과 유기징역 실형은 각각 2건(6.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21년

전경련은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범죄에 대해 처벌이 낮은 수준에 그치는 이유로 법정형에 비해 양형기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하는데, 해외 유출 시 기본 징역형은 1년∼3년 6개월이며, 가중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이와 같은 형량이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처벌규정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양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국가핵심기술 등의 유출에 대해 일반적인 영업비밀과 별도의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현행 양형기준의 감경요소도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한 실제 처벌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추가했다. 형법 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상참작감경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전문가 · 관리자가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해 행하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상 형의 감경요소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검찰청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판결문 60건에 기술된 감경요소 중 '형사처벌 전력 없음'이 32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진지한 반성'이 15건으로 두 번째 감경요소로 나타났다. 

◇영업비밀침해

전경련은 이와 관련, "기술유출 범죄는 범행동기, 피해 규모 등이 일반 빈곤형 절도죄와 다르기 때문에 초범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는 등 현행 감경요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반도체, 2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과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총 93건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 건이 적발됐다. 월 1.6개씩 유출된 셈이다.

◇외국의 예=전경련에 따르면, 한국과 달리 대만, 미국 등은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양형기준을 피해액에 따라 가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최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은 작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2022. 6. 8. 시행) 군사 · 정치영역이 아닌 경제 · 산업분야 기술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달러 5백만 위안 이상 1억 위안(약 4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국도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유출은 기본적으로 6등급의 범죄에 해당하여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할 수 있고, 이 경우 188개월(15년 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전경련은 만약 우리나라 국외유출 1건당 피해액(약 2.3억 달러)에 미국의 연방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면, 32등급 범죄행위에 해당하여 121개월(10년 1개월)에서 262개월(21년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