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공인중개사가 임대인 몰래 이중계약서 작성해 보증금 일부 회수 못해…공인중개사협회도 피해액 전액 연대책임"

[대구지법] "임차인에 과실 있어도 과실상계 불가"

2023-06-07     김덕성

공인중개사가 임대인 몰래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부를 반환받지 못하게 되었다. 법원은 이 경우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해당 공인중개사와 연대하여 미회수 보증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는 2016년 4월 10일경 공인중개사 B의 중개로, C로부터 구미시에 위치한 다가구주택을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A는 C로부터 이 임대차계약의 체결에 관한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B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이 임대차계약서에는 '임차보증금 3,400만원, 임대차기간 인도일로부터 2018. 4. 14.까지'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B가 이 임대차계약서에 공인중개사로 서명 · 날인했다. A는 그 무렵 B에게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3,400만원을 지급했다.

A는 5년이 지난 2021년 1월경 B에게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임차보증금 3,400만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후 B가 임대인인 C와 사이에는 A와 작성한 임대차계약서의 내용과는 달리 임차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하는 내용의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C에게 임차보증금으로 3,000만원만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C는 A에게 자신이 실제로 지급받은 임차보증금 3,000만원만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보증금 3,400만원 중 400만원을 못 돌려받게 된 A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B와, B가 공제에 가입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B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연대하여 A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항소했다. A의 B에 대한 청구 부분은 당사자들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항소심(2022나316463)을 맡은 대구지법 민사3-1부(재판장 최서은 부장판사)도 4월 21일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가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원고를 기망하여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로부터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3,400만원 중 3,000만원만을 임대인 C에게 지급함으로써 원고는 그 차액인 4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고, B의 위와 같은 행위는 원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B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B의 위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액 400만원 상당의 공제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는 공인중개사법 33조 1항 4호의 '해당 중개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그 밖의 방법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피고의 공제약관 제7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한다"며 면책 항변을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약관 제7조 제5호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중개업자의 금지행위로 정하고 있는 중개행위 등으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B가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수령한 행위는 주관적으로는 처음부터 원고로부터 임차보증금을 편취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서는 임대차계약의 알선, 중개를 위한 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B의 개업공인중개사 자격과 공제계약에 따른 채권담보적 기능을 신뢰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개업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는 대부분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거래당사자에게 거래상 중요한 사항을 고의 또는 과실로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였으나 거래 당사자가 이를 믿고 거래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데, 공제약관 제7조 제5호에 따라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해당 중개 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그 밖의 방법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로 인한 손해'를 피고가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본다면, 일부 개업공인중개사의 과실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업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 피고의 공제금 지급책임이 면제될 뿐 아니라, 개업공인중개사의 행위의 불법성이 더 큰 경우에 피고의 공제금 지급책임이 오히려 면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업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가 공인중개사법 제33조의 각 금지행위 중 같은 조 제1항 제4호에 해당되는 경우에 관하여는 공제약관 제7조 제5호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또 "원고에게도 임대인이 참석하지 아니하고 중개인만이 참석하여 계약을 진행함에도 임대인에게 계약내용에 대한 사실확인 등을 하지 아니한 채 섣불리 계약을 체결한 중과실이 있고, 공동불법행위자 중 일부가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는 과실상계 주장을 할 수 있는데 피고는 B와 공동불법행위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공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공제금 지급의무의 범위는 대폭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바(대법원 2013다31137 판결 등 참조), 원고에 대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B가 원고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공제사업은 중개업자의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증하는 보증보험적 성격을 가진 제도이므로, 피고는 B와 공동불법행위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B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증하는 지위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며 "결국, 피고는 공제금의 지급 한도 내에서 B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동일한 범위의 공제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대찬 변호사가 1심부터 A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