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임기 만료한 회장이 소집한 종중총회 결의 무효"
[청주지법] "중대한 절차적 하자"
임기가 만료한 종중 회장과 총무가 소집한 종중총회 결의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인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지현 부장판사)는 4월 19일 A종중의 종원 3명이 종중총회 결의는 무효라며 종중을 상대로 낸 소송(2021가합54972)에서 이같이 판시, "종중총회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유성권, 고경선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A종중은 2020년 11월 21일 종중의 중시조 묘역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총회를 열고, 종중 소유의 논 2,717㎡를 매도한 뒤 그 매매대금으로 납골당을 설치하고, 2013년 12월경 확정된 중시조 묘역 등 4필지 지상에 식재된 수목 등을 수거하고 위 필지들을 인도하라는 내용의 판결에 관한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며, 종중 주사무소 소재지를 변경하는 내용의 결의를 했다. A종중은 이후 총회 결의에 따라 종중 소유의 논 2,717㎡를 6억 8,400만원에 매도하고, 관련 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대신 중시조 묘역 위에 식재된 수목에 관한 매매계약을 다른 사람과 체결했으며, 종중의 주사무소를 변경했다.
이에 A종중의 종원 3명이 "2020년 11월 21일자 총회의 소집은 이미 임기가 만료된 종중의 대표자에 의해 이루어졌으므로, 총회결의에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소송을 냈다. 이 총회는 2020년 11월경 A종중 회장 B씨, 총무 C씨가 소집했는데, B, C의 임원 임기는 임원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한 종중 규약에 따라 총회 개최 전인 2019년 8월 20일경에 각 만료되었다.
재판부는 "종중의 규약이나 관행에 의하여 매년 일정한 날에 일정한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종원들이 집합하여 종중의 대소사를 처리하기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별도로 종중총회의 소집절차가 필요하지 아니하나(대법원 93다27703 판결), 이 사건 총회가 피고 규약에서 정한 정기총회의 일시인 '12월 첫째 일요일 10:00'가 아닌 2020. 11. 21. 개최되었는바, 이 사건 총회를 별도로 종중총회의 소집절차가 필요하지 아니한 정기총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총회의 소집은 소집권한이 없는 B, C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므로, 총회결의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인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A종중은 "B와 C의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후임 임원이 선임될 때까지 계속하여 임원으로서의 사무를 집행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B와 C에게 총회 소집권한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2020. 11. 21.자 종중총회 결의안건 중 1, 2 안건은 피고 종중재산인 토지를 타인에게 매도하고, 납골당을 설치하는 등 종중의 재산, 선조들의 분묘 이장이나 앞으로의 장사 등과 관련하여 후손들 사이에 충분한 협의와 토론 등이 필요한 중대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피고의 정기총회는 피고 규약에 따라 이 사건 총회로부터 불과 약 한 달 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총회가 피고의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하여 기존 정기총회 일시와 장소를 변경하면서까지 소집되어야 하는 총회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2002다74817 등)에 따르면, 비법인사단과 그 대표자의 관계는 위임자와 수임자의 법률관계와 같은 것으로서 대표자는 임기가 만료되면 일단 그 위임관계는 종료되어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더 이상 대표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대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표기관에 의하여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비법인사단은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처하게 되므로, 민법 691조의 규정을 유추하여 종전 대표자로 하여금 비법인사단의 업무를 수행하게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대표자가 선임될 때까지 임기만료된 종전 대표자에게 대표자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무수행권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임기만료된 비법인사단의 종전 대표자에게 후임자 선임 시까지 업무수행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수행권은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하여 그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를 개별적 · 구체적으로 가려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 임기만료 후 후임자가 아직 선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또 포괄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