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56세에 입사해 10차례 계약갱신한 전기감리원에 계약 종료 통보했어도 부당해고 아니야"

[서울행법] "갱신기대권 인정 안 돼"…포스코A&C에 승소 판결

2023-05-03     김덕성

A씨는 만 56세이던 2015년 6월 건축물 설계업체인 포스코A&C건축사사무소에 계약직 전기감리원으로 입사하여 10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하여 왔으나, 포스코A&C건축사사무소가 2021년 1월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인천지노위가 'A씨는 기한의 정함이 있는 기간제근로자이고, A씨에게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소송(2021구합88401)을 냈다. 1979년 3월 설립된 포스코A&C건축사사무소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 감리에 관한 업무, 건설사업관리(CM, Construction Management)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4월 7일 "원고에게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피고보조참가한 포스코A&C건축사사무소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는 입사 당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였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간제법 4조 1항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4호에서 '고령자고용촉진법 2조 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2조 1항은 '55세 이상인 사람'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2조 1호의 고령자로 정하고 있다.

다음은 갱신기대권의 존재 여부. 대법원 판례(2007두1729 판결 등)에 따르면,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참가인과 맺은) 근로계약서 제2조 가항에서는 '근로계약을 갱신하거나 연장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만료일 전 참가인과 원고 쌍방이 합의하여야 하며, 합의되지 않는 경우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근로관계는 자동 종료된다. 이때 사전 계약기간 만료에 대한 예고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제2조 나항에서는 '상기 계약기간은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 및 사업장의 전체준공, 부분준공, 공사타절 또는 업무종료로 인하여 사업계획상 계속 근로가 불가할 때에는 사유발생일이 계약기간 만료일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이 근로계약서 제2조 가항이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연장을 위하여는 계약만료일 전 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근로계약이 자동갱신된다는 의미가 아니고, 근로계약 갱신의 요건을 규정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내용만을 근거로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참가인은 건설사업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발주처로부터 건설사업관리 용역(소위 CM용역)을 수주하여야 사업을 수행할 수 있고, 이러한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은 공사목적물의 준공기간 등에 따라 감리용역의 시기와 종기가 사전에 특정된 채로 체결된다. 위와 같은 건설사업관리 용역의 특성으로 인하여 참가인은 수주 상황과 프로젝트 기간에 맞추어 근로자의 채용 여부와 그 규모를 결정하여 왔고, 2021. 1. 31. 을 기준으로 감리직원 중 73.85%(=257명/348명×100)를 기간제근로자로 고용하면서 근로계약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왔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참가인 회사에 대한 입사와 퇴사가 이루어져 왔는바, 참가인은 매년 프로젝트 종료 상황에 따라 기간제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을 기간만료로 종료하였고, 위 기간 동안 근로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된 기간제근로자들 중 평균 약 44%는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참가인의 취업규칙에도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자동갱신한다거나,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을 갱신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참가인과 원고가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특정 용역 또는 프로젝트에 대응하여 새로운 '근로계약의 시기와 종기' 및 '원고가 투입될 프로젝트명'이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왔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신뢰를 주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이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게 단순한 기대를 넘어 갱신기대권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