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법률구조공단 지부장도 집단 행위 가능"

[대법] 집회 참석한 지부장에 불문경고 무효

2023-04-24     김덕성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부장인 변호사도 집회에 참석하는 등 집단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단 변호사의 지위나 직무 성격은 국가공무원과 달라 집단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월 1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전 · 현 지부장인 변호사 12명이 "불문경고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라"며 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다25479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전국에 18개 지부, 41개 출장소를 두고 있다.

원고들은 '2019년 4월 10일 오후 4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과천시에 있는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인근에서 이루어진 대한법률구조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동자 대회에 참석하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의 해임 또는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제창했다'는 등의 사유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부터 불문경고 징계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원고들에게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법률구조를 할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그 임직원의 직무에는 공공성, 공익성이 인정되고, 소속 변호사의 경우 특정직 공무원인 검사에 준하여 급여를 받기는 하나, 피고 임직원의 지위나 직무 성격을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국가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법률구조법 등에서 피고 임직원에게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을 직접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피고 임직원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법률구조법 제32조의 '공단의 임직원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라는 규정을 근거로 피고 임직원에게 국가공무원법 제84조의2, 제66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것은 이들의 구체적인 법적 지위에 대한 고려 없이 이들에 대한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헌법재판소 2017. 9. 28. 선고 2015헌마653 결정 등 참조)"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의무 부담하지 않아"

대법원은 "피고 임직원인 원고들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이 피고 이사장의 직무상 명령을 어기고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하였다고 하여 원고들에게 규정 또는 직무상 의무 등을 위반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원고들에게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원고들에게 규정 또는 직무상 의무 등을 위반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법률구조법 제32조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상고심에서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