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처벌불원 의사 밝혔으면 이후 번복해도 처벌 불가"

[대구지법] 교통사고 가해자에 공소기각 판결

2023-04-30     김덕성

교통사고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이미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밝혔다면 다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경훈 부장판사)는 4월 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82)씨에 대한 항소심(2022노3071)에서 이같이 판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A는 2020년 2월 14일 오전 10시쯤 포터 화물차를 운전해 대구 동구에 있는 4차로 도로에서 1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교차로에서 유턴을 하던 중 맞은편에서 직진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B(53)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B에게 전치 약 16주의 왼쪽 대퇴골 경부와 간부 골절 등의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의 혐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 본문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데, B는 사법경찰관에게 이 사건에 관하여 진술하면서 A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그러나 검사는 "2020. 6. 18 피해자(B)에게 의사를 다시 확인해 보니 '합의가 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하고, 피해자를 조사했던 사법경찰관 또한 '진술조서 작성 당시 피해자가 합의가 되면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야기 했던 것'이라고 진술하므로,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는 조건부 처벌불원 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A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①피해자는 2020. 5. 12.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인은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명백히 답변하였고, 달리 조건을 부가하는 진술은 하지 않았던 사실, ②피해자는 당시 작성된 진술조서 말미에서 '이상의 진술은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자필로 '예'라고 기재한 후 무인을 한 사실, ③피해자는 위 진술조서를 열람한 뒤 작성한 수사과정확인서의 '5. 조사 과정 기재사항에 대한 이의제기나 의견진술 여부 및 그 내용'란에 자필로 '없음'이라고 기재한 사실을 각 인정하고, "앞서 본 피해자의 2020. 5. 12. 자 진술을 조건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로 볼 수는 없고, 위 진술을 통하여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진실된 처벌불원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해자가 2020. 6. 18. 검사에게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한 것을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의하면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이미 철회한 경우에는 다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2020. 5. 12. 이미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밝힌 이상 다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에 해당하는 죄로서 같은 법 제3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데, 앞서 본 것과 같이 피해자가 공소제기 이전인 2020. 5. 12. 이미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으므로 검사의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