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무장 병원'도 의사 진료 방해하면 업무방해 유죄

[대법] "반사회성 띠지 않은 보호대상"

2023-04-02     김덕성

'사무장 병원'은 운영을 방해하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으나, 그곳에서 일하는 의사의 진료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6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1회에 걸쳐 의사 B씨가 일하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병원에서 "돈을 당장 내어 놓으라"고 큰 소리를 지르거나 환자 진료 예약이 있는 B씨를 붙잡고 있는 등 B씨의 진료업무를 방해하고(업무방해), 다른 환자나 위 병원 관계자들이 듣고 있는 중에 "줄기세포 시술을 받아보았더니 아무런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있다. 모두 사기다" 등의 언급을 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됐다. A씨는 또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 치료 연구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그룹의 회장인 C씨 등을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 병원은 C씨 등의 줄기세포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고안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시술을 하는 병원으로, A씨는 2015년 7월경부터 2017년 4월경까지 이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총 161회 받았다. A씨는 C씨 등에게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5억 9천만원을 대여하였는데, 이를 변제받지 못하게 되자, 그 대여금을 변제받을 생각으로 이같은 범행을 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명예훼손과 폭행 혐의는 유죄가 맞으나, 업무방해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 병원은 B를 개설 명의자로 하여 의료인이 아닌 C가 개설하여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어 이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B의 진료행위도 이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되어 별개의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그러나 3월 16일 원심을 깨고, 업무방해도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도16482).

대법원은 먼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2008도2344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1도2015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그러나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하여 그 진료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때 의료인의 진료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인지는 의료기관의 개설 · 운영 형태,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병원은 B를 개설 명의자로 하여 의료인이 아닌 C가 개설하여 운영하는 병원인 사실, 피고인이 이 병원에서 환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B를 붙잡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와 그 당시의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 전부 또는 그중 일부는 피고인이 B의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병원의 일반적인 운영 외에 B의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인지에 대해 더 세밀하게 심리하여 업무방해죄 성립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