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기존 상가임차인 간판 임의로 떼고 다른 임차인 간판 부착…손해배상하라"
[대구지법] "사용 · 수익에 필요한 상태 유지의무 위반"
상가 건물주가 기존 임차인의 간판 상당부분을 임의로 철거하고 다른 임차인의 간판을 부착했다가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A씨는 2019년 3월 1일 경주시에 있는 건물 중 1층 일부와 2층을 사용하는 매장을 2021년 12월 31일까지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건물 소유주인 B씨와 체결하고, S라는 상호의 의류매장을 운영했다. B씨는 그러나 2021년 4월 27일경 건물 1층 중 S매장의 옆 점포에 관하여 다른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건물 2층에 설치되어 있던 S매장의 간판과 외벽 일부를 제거하고 다른 매장의 거미모양 상표가 그려진 간판을 부착했다. B씨가 새로 부착한 간판은 건물 2층 전면 유리창의 절반 이상을 덮는 크기의 대형 간판이었고, 이에 종래 2층에 설치되어 있던 S매장의 간판 중 약 2/3 정도가 철거되었으며, S매장 중 2층 창문의 절반 이상이 차단되었다.
이에 A씨가 "임대차기간 중 S매장의 간판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새로 간판을 설치한 행위는 불법행위이거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며 B씨를 상대로 간판의 설치행위로 영업이 방해되어 발생한 매출하락의 손해 상당액인 2,5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2022나319943)을 냈다. 이 건물은 총 3층 건물로 B씨가 새로 간판을 설치하기 전까지는 1층 매장의 간판은 1층과 2층 사이에 각 층의 유리문 내지 창문을 가리지 않도록 각 점포마다 1개 씩 총 2개가, 2층 매장의 간판은 2층과 3층 사이에 각 층의 창문을 가리지 않도록 1개가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건물 1층 중 A씨가 임차한 S매장의 1층 상단과 2층의 상단에는 'S'라는 로고가 기재된 간판이 각 설치되어 있었고, 건물 중 B씨가 새로 임대한 점포 상단에는 당시 해당 점포에서 운영 중인 상호의 간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구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태천 부장판사)는 3월 24일 "피고(B)가 원고에게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623조), 임대인이 위와 같은 임대인의 채무를 불이행하여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전제하고, "피고가 설치한 간판은 건물 2층의 2/3를 모두 가리는 검정색의 대형 간판이어 원고가 사용하는 2층 매장은 필연적으로 자연채광이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되는 점, (피고가) 간판을 설치하면서 철거된 S매장의 간판 부분이 원고가 운영하는 매장의 로고 'S'가 기재되어 있던 부분이어서 남아 있는 1/3 크기의 간판만으로는 원고가 운영하는 매장이 어떤 매장인지 알 수 없는 점, 상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업종 내지 상호를 나타내는 간판을 부착하는 것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함인 점, 이 사건 간판에 가려지지 않은 2층 유리창 부분에 원고 운영 매장의 로고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글씨의 크기나 선명도 등에 비추어 종래 철거된 간판만큼의 고객유인효과는 발생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S매장의 간판을 철거하고 이 사건 간판을 설치한 행위는 임대인으로서 S매장을 임차하여 운영하는 원고에게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건물의 내 · 외부 시설물 일체는 피고의 소유이므로 건물에 설치된 간판에 대하여도 피고에게 모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의 주장대로 건물 및 시설 일체가 피고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그 소유권을 행사함으로써 원고와의 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하게 되었다면 피고는 임대차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원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따라서 건물에 대한 피고의 소유권 유무와 임대차에 관한 채무불이행의 성립은 별개의 문제"라고 판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S매장의 간판을 피고가 임의로 철거하는 것에 동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에 기재된 '내 · 외부 시설물은 임대인의 소유이다'는 취지의 기재는 임차인이 임차기간 중에 임차인의 영업행위에 필요한 시설물을 임대인이 임의로 처분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 임대기간 만료 시 임차인이 시설에 대하여 권리주장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으로 새김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금액의 산정과 관련,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고 전제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의 약 1/6에 해당하는 400만원을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의 2021. 5. 매출감소액은 1,800만원 이상인 반면, 2021. 6. 매출감소액은 약 500만원이고, 2021. 7. 매출감소액은 약 103만원으로 월마다 차이가 크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