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제주 녹지국제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 적법"
[광주고법] 1심 판결 뒤집어 …"허가조건 정당성 인정 가능"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 제한' 즉, 외국인만 진료대상으로 하는 허가조건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 상고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로펌 광장 vs 태평양
광주고법 제주제1행정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2월 15일 중국 녹지그룹이 설립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처분 중 '허가조건: 진료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함(내국인 진료 제한)' 부분을 취소하라"며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2누1441)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제주도지사를 대리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제도는 영리병원 금지,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주축으로 하는 보건의료체제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여, 일정한 지역 내에서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을 의료기관 개설 주체로 하여 영리병원의 개설을 허가하고,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에서 제외하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결국 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에 대하여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제한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하는 강학상 특허로 볼 수 있고, 강학상 특허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량행위(대법원 2002두8152 판결 등 취지 참조)"라고 밝혔다. 제주도지사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하면서 별도의 근거 규정이 없이도 허가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법 제15조 제1항, 응급의료법 제6조 제2항은 의료인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또는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반대해석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의료인 등은 진료 또는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있고,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취지의 허가조건이 부가된 사정은 이 사건 병원이 내국인에 대한 진료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설령 내국인 응급 환자가 내원하여 응급처치 및 진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의 위험 내지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예상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응급의료를 시행하였다면, 이러한 의료행위는 정당행위 또는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허가조건이 의료법 · 응급의료법의 진료 내지 응급의료 거부금지 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시 장래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불확실한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과 이에 대한 대비가 수반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9두45579 판결 등 참조)"고 지적하고, "이 사건 병원(녹지국제병원)과 같은 영리병원에 대하여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우 보건의료체계의 주축을 이루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 의무가입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원고에 대한 내국인 진료의 허용 여부는 국민의 보건의료라는 중요한 공익과 관련된 문제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허가조건은 그 행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원고는 이 사건 허가조건으로 인하여 당초 신청과 달리 내국인 진료가 제한됨으로써 영업의 자유가 일부 제한되고, 그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사익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원고는 이 사건 병원 개설에 관한 최종 사업계획서에서 병원 운영의 경제성과 기존 공공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외국인을 주요 진료 대상으로 삼았고, 이러한 사업계획은 2017. 11. 24. 개최된 제1차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의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이익형량이 뚜렷하게 잘못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허가조건이 영업의 자유, 생명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거나 행정처분의 본질적 효력을 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