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35일간 입원한 '허리 디스크' 환자 실손보험금 제한 판결

[중앙지법] 과잉진료 인정…입원비 4,700만원 중 1천만원만 인정

2023-01-13     김덕성

2022년 6월 실손보험에 든 백내장 수술 환자에게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 보험금만 지급하라고 한 대법원의 실손보험 보상 제한 판결 이후 같은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또 나왔다. 이번엔 허리 디스크 환자에 대한 과잉진료를 인정, 실손보험 입원의료비를 제한한 판결이다.

2013년 12월 한화생명보험의 질병 · 상해 실손보험에 든 A(여 · 보험계약 체결 당시 만 55세)씨는 허리와 목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양쪽 무릎 골관절염 등의 진단을 받고 2018년 12월 26일부터 2019년 2월 27일까지 35일간 김포시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A씨에 대한 입원의료비 총액은 4,700여만원. A씨는 공단부담금 420여만원을 제외하고 환자 본인부담금 진료비로 청구된 4,300여만 중 2,000만원을 일단 결제하고 퇴원한 다음 2019년 4월 입퇴원 확인서, 소견서, 진료비계산서 등의 자료를 첨부해 한화생명보험에 실손의료비 보험금으로 4,300여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한화생명보험이 A씨의 치료는 과잉치료에 해당하고 A씨가 청구하는 의료비 항목에는 보험약관상 보장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이 있다며 보험금으로 320여만원만 지급하자, A씨가 한화생명보험을 상대로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2021가단5349621)을 냈다. A씨의 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청구를 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A씨에 대한 입원은 29일 정도가 적정하고 그 이후에는 외래 주3회 통원치료가 적정하다고 보아 요양급여비용을 감액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12월 6일 한화생보 주장대로 과잉진료를 인정, A씨의 적정 입원의료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한 후  여기에 약관상 보상비율 90%를 적용,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보험금 320여만원을 제외한 57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21가단5349621). 법무법인 이안이 한화생명보험을 대리했다.

김 판사는 "과잉진료 행위가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높음에도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보험금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실손의료비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설령 과잉진료행위가 피보험자의 적극적 관여 또는 의사와의 담합에 따른 불법적인 행위나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인하여 자행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피보험자로서는 사회적 평균인으로서의 주의만 기울이면 자신에게 행하여지는 치료행위가 과잉진료행위에 해당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직접적인 이익은 없더라도 의사가 실손의료비보험 제도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손해를 전가시키며 실손의료비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실손의료보험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병원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된 환자들이 오면 환자들이 실손의료비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고가의 비급여 항목 치료를 하거나 실제 필요한 입원치료기간보다 장기로 입원을 하도록 하여 필요 이상의 과잉진료행위를 한 것은 물론, 다른 실손의료비보험 가입 환자들에 대하여도 유사한 과잉진료 행위를 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나이와 질병의 정도, 이 사건 병원의 과잉진료행위의 정도, 원고의 보험가입 경력,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원고에게 청구된 본인부담금 치료비에서 보험 약관에서 정한 보상제외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입원의료비 중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는 적정 입원의료비를 10,000,000원으로 제한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에 따르면, 다른 보험사들이 이 사건 병원 원장에 대해 실손의료보험 가입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를 하여 보험사들의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보험 사기 공범 또는 방조혐의로 고소해 의료법 위반과 보험사기 등 혐의점에 대해 수사가 개시되기도 하였으나, 한화생명보험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 병원을 고소하지 않아 A씨에 대한 진료행위에 대해선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