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한국농어촌공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유효"
[대전고법] "취업규칙 불리한 변경 아니고, 노조 동의 받아"
한국농어촌공사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법원이 유효 판결을 내렸다.
대전고법 청주민사2부(재판장 원익선 부장판사)는 12월 7일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거나 적용을 받고 퇴직한 근로자 9명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니 임금피크제로 인해 감액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며 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2나50254)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차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한국농어촌공사를 대리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는 고령자고용법 규정의 시행일인 2016년 1월 1일부터 직원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58세에서 60세까지 3년간 임금지급률을 90%, 70%, 60%로 정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원고들은 "임금피크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19조의 개정에 따라 의무화된 60세 이상의 정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정년을 연장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지 정년 전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므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시 노조의 동의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부와 회사 측의 부당한 개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동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정년을 기존의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였는데, 2016. 1. 1.부터 개정 시행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 그와 같은 연장의 원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한편 위 개정시 함께 신설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은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으며, 위 임금체계 개편이 오로지 모든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임금체계 개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분적인 임금 감액이 수반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며 "이에 비추어 보면, 개정된 법률을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정년 연장이 특별히 유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연장된 정년 전의 임금 삭감은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정년 연장 및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정년 전 3년간 임금지급률이 감소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58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기존에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나아가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제도에서 원고들이 정년인 58세에 1년간 지급받았을 임금 총액을 100%로 보았을 때 임금피크제 하에서는 58세부터 60세까지 3년간 220%(=90%+70%+60%)를 지급받게 된다"고 지적하고, "이를 고려하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보직 임용에서 제외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업무 강도를 경감해 주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동조합의 적법한 동의를 받았으므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가 '임금피크제 미도입시 정부의 경영평가에 반영되어 향후 근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축소되는 등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동의를 강요하였다고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일부 근로자들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그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피고가 정부의 경영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축소 등 임금피크제 미도입시의 불이익을 고지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처한 제도적 · 정책적 상황 하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 결정에 필요한 고려사항을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동의를 강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