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가청거리 내 타인간 대화 녹음해도 유죄"

[대법] "비공개=비밀 아니야"

2022-10-16     김덕성

가청거리 내에 있는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 · 누설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7년 9월 말 부산 연제구에 있는 교회 사무실에서 B씨 등 3명이 동전던지기 게임을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하여 교회 장로에게 전송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청거리 내에 있었으므로 B 등 3명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가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가청거리 내에 있어 이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화의 내용, 성질, 당사자들의 의도 등에 비추어 일반 공중이 알도록 되어 있지 아니므로 피고인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1심을 깨고,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를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8월 31일 "B 등 3명이 한 대화가 일반 공중이 알도록 공개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그 대화의 가청거래 내에 있었더라도 하더라도 이를 녹음, 누설한 피고인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된다고 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2020도1007).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3도16404, 2013도15616)을 인용,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와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16조 1항은 "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1호)와 1호에 따라 알게 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청거리 내에서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할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그 대화의 녹음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된 대화로 볼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녹음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