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中동방항공 계약갱신 거절' 韓 승무원 70명, 해고무효訴 승소
[중앙지법] "갱신기대권 있고,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 없어"
중국동방항공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된 기간제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해고무효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승무원들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고,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9월 8일 중국동방항공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한국인 기간제 승무원 70명이 해고처분의 무효 확인과 갱신거절 다음날부터의 미지급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동방항공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모두 27억 1,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지급 임금은 1인당 2,900여만원∼4,900여만원에 이른다.
원고들을 포함한 동방항공의 14기 기간제 한국 국적 승무원 73명 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후인 2020년 3월 9일 동방항공으로부터 근로계약이 2020년 3월 11일자로 종료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승무원 근로계약서 계약기간만료 고지서'를 통보받았다. 이에 원고들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2018년 1월 25일경 동방항공으로부터 14기 한국 국적 승무원으로 채용되었음을 통보받고, 동방항공과 2018년 3월 12일부터 2020년 3월 11일까지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항공승무원으로 근무했다. 동방항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산업 전반의 경기가 침체되었고, 이로 인해 재정상황이 악화되는 등 근로계약 종료일인 2020년 3월 11일 당시 원고들에 대한 갱신거절은 불가피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들과 피고가 맺은) 근로계약 제42조는 '본 계약은 제1조에서 정한 본 계약의 종기가 도래하면 종료된다. 쌍방 합의에 따라 재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으나, 계약종료 시점에 피고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있거나 항공산업의 전체적인 경기가 저하되는 등 재계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 규정에서 명시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되더라도 재계약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고, 실제 피고는 2011. 12.경부터 2019. 4.경까지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한 제9기 내지 제13기 한국 국적 승무원 중 재계약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재계약 결격사유가 존재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전부 재계약을 체결하거나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여 왔다"고 지적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원고들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이나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한국승무원 취업규칙에 재계약 체결에 관한 기준이나 요건, 절차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으나, 피고는 '객실서비스부 외국승무원 업무평가 관리규정'에 기하여 산출한 항편성과점수, 항편관리점수, 일상관리점수 등을 종합하여 총점과 석차를 매기는 방식으로 원고들을 포함한 외국 국적 승무원들의 업무고과를 관리하여 왔고, 업무고과가 양호하지 않은 승무원이나 취업규칙 등 규정을 위반한 승무원에 대하여는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도 하였다"며 "이에 원고들을 비롯한 기간제 근로자들은 업무고과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에서 정한 의무 위반 등 결격사유 유무가 정규직 전환기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재판부는 "근로계약 제42조에서는, '계약종료 시점에 피고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있거나, 항공산업의 전체적인 경기가 저하되는 등 재계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 수요의 급감으로 항공승무원 인원 감축이 필요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고들에 대한 재계약 체결을 거절한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상황에 기초한 것으로 원고들에 대하여 재계약 체결을 거절한 2020. 3. 9. 무렵에는 '피고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있거나 항공산업의 전체적인 경기가 저하'되었다는 사유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가 원고들과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스(SARS) 전염병이 유행했던 2003년경과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경에도 한중 항공노선의 수요가 급감했던 적이 있으나 비교적 단기간 내에 종전 항공 수요가 회복되었던 전례가 있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 2.경 항공 수요가 급감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에게 재계약 체결을 거절한 2020. 3. 9. 무렵 항공 산업이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 쉽게 예측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운영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6.4%, 2020년 20.9%이고, 2020. 12. 31. 기준 피고 소속 승무원은 전체 임직원 81,157명 중 21,149명을 차지하는 데, 그중 외국 국적 승무원은 한국 국적 승무원을 포함하여 353명에 불과하여 피고의 사업 및 매출규모에 비해 원고들의 인건비가 피고 경영에 중대한 부담을 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바, 원고들을 포함한 제14기 한국 국적 승무원 전원에 대하여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할 정도의 경영상 또는 운영상 필요성이 충분히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고용유지지원금 수령, 유 · 무급 휴직, 순환근무 실시 등 고용유지가 가능한 대체방안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상 위기가 예상되자 단시일 내 원고들에 대한 재계약 체결을 일률적으로 거부하였는바, 피고가 재계약 체결 거부를 회피 또는 최소화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였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동방항공은 한국 국적 승무원을 제외한 다른 외국 국적 승무원에 대하여는 전혀 구조조정을 시도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9. 12. 및 2020. 10. 기준 외국 국적 승무원 수를 살펴 보면, 원고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 거절로 인해 한국 국적 승무원 수는 211명에서 131명으로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외국 국적 승무원 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한국 국적 승무원에 대하여만 대규모로 고용관계를 종료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외국 국적 승무원 중 원고들을 포함한 제14기 한국 국적 승무원에 대하여만 고용관계를 종료시켰다는 점은 명백한 차별적 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거절을 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최종연, 손익찬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동방항공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