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업 일부 하수급인 근로자 산재에 도급인도 형사 책임 있어"

[대법] "총괄 · 조율 도급인에 산재 예방 조치 의무 있어"

2022-10-12     김덕성

동일한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준 경우 하수급인 또는 재하수급인의 근로자들이 작업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고에 대해 도급인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포시에 있는 기계제작업체의 대표인 A씨는 2019년 화성시에 있는 공장의 포장기계 제작 · 설치공사와 시스템 에어컨 설치공사를 14억 9천여만원에 도급받아, 그중 시스템 에어컨 설치공사를 B(47)씨에게 하도급했고, B씨는 작업 일부를 C(53)씨에게 재하도급했다. 이후 2019년 11월 6일 오후 3시 30분쯤 이 공장 공사현장에서 B씨와 C씨, B씨와 C씨의 직원 3명 등이 천장패널을 밟고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중 천장패널이 붕괴되어 높이 약 6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나 B씨와 직원 1명이 숨지고 C씨 등 나머지 3명이 전치 약 6개월 또는 12주의 골절상 등을 입었다. 당시 A씨는 피해자들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거나, 현장에 작업발판 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B, C씨에 대해선, "A씨가 이들에 대한 관계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도급사업주로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 부분 혐의는 무죄로 보아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3항에 따르면 동일한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B, C씨의 직원 3명에 대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제1항에 따른 도급사업주로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9. 12. 23. 고용노동부령 제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즉 이 사건 공사현장의 천장 패널에 대한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를 하거나(위 규칙 제52조), 작업 시 위 근로자들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위 규칙 제32조), 현장에 작업발판 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위 규칙 제42조) 안전대를 착용하게 하고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하는 등(위 규칙 제44조) 추락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하여야 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는바, 피고인은 이들 3명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법령에서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 · 감독의무가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 · 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전제하고, "하도급인인 피고인이 법령에 의하여 하수급인 또는 재하수급인인 B, C의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 · 감독의무를 부담하고 있거나 이 사건 에어컨 설치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 · 감독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B, C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B는 피고인으로부터 에어컨 설치공사를 하도급 받은 자이고, C는 B로부터 그 작업 일부를 재하도급 받은 자이므로, 피고인이 이들에 대한 관계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도급사업주로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죄, C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B의 사망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만 기소됐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8월 31일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2021도17523).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8도7030 등)을 인용,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 · 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 · 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고 한다)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구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한다"며 "이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한 법령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