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신축 아파트 분양권 매수인이 계약 6일 만에 잔금 일부 송금했어도 매도인, 계약 해제 가능"

[서울고법] "계약 이행 착수했다고 볼 수 없어"

2022-07-27     김덕성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한 사람이 계약 6일 만에 매도인에게 일방적으로 잔금 일부를 송금했다. 분양권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 A씨는 2020년 11월 3일 B씨로부터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권리금(분양권 전매를 통한 이익, 이른바 프리미엄) 7,900만원 포함 4억 140만원에 매수하고, 당일 계약금 2,000만원을 지급했다. 분양권 매매계약에 따르면, A가 중도금 없이 2021년 1월 4일 잔금 9,100여만원을 지급하고, 시공사(C사)에 미지급 분양대금 1억 200여만원을 납부하고, 금융기관 중도금 대출 1억 8,700여만원을 승계하기로 했다. 또 특약으로 '시공사 일정과 상호협의 하에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정하고,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으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액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해제권유보 조항을 두었다. 이에 앞서 B는 D로부터 이 아파트 분양권을 권리금 5,500만원을 더하여  3억 2,240만원에 매수해 2020년 7월 23일 자신 명의로 수분양자명의변경절차를 마쳤으며, D는 C사로부터 2018년 6월 27일 분양금액 312,300,000원, 확장비 10,100,000원, 입주예정일을 2020년 11월경으로 정하여에 이 아파트를 매수했다.  

그런데 A씨는 6일 뒤인 11월 9일 사전 연락 없이 일방적으로 B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B씨가 A씨에게 항의하면서 위 2,000만원을 반환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하자, 2020년 11월 23일 해제권유보 조항에 따라 A씨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12월 1일 피공탁자를 A씨로 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포함한 6,000만원을 공탁했다. 이에 A씨가 잔금기일인 2021년 1월 4일 나머지 잔금 7,100여만원을 공탁하고, B씨를 상대로 수분양자 명의변경 절차의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항소심(2022나2005213)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6월 30일 "원고가 2020. 11. 9. 피고에게 2,000만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약정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이 사건 계약은 매도인인 피고가 2020. 11. 23. 매수인인 원고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2020. 12. 1. 피공탁자를 원고로 하여 6,000만원(=계약금 및 그 배액 4,000만원 및 2020. 11. 9. 송금 받은 2,000만원)을 전액 공탁함으로써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계약일인 2020. 11. 3.로부터 불과 6일 후인 2020. 11. 9. 피고에게 위 2,000만원을 송금하였는데, 이를 전후하여 피고 또는 피고측 대리인에게 계약에 따른 잔금 등 지급의무를 이행한다는 취지를 전혀 고지한 바 없고, 위 송금 당시 거래 명목란에도 '축 생신'이라고만 입력하였고, 원고가 송금한 2,000만원은 원고가 출연의무를 부담하는 나머지 금액 대비 약 5.2%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2020. 11. 9. 피고에게 20,000,000원을 송금하였으나, 이로써 원고가 계약의 잔금을 지급하여 계약의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기록상 계약일로부터 불과 며칠만에 시공사 일정에 어떠한 변경사유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및 증거자료를 찾아볼 수 없고, 원고와 피고의 상호협의 아래 잔금 지급일이 앞당겨졌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와 피고는 계약 당시 해제권유보조항을 명시함으로써 잔금 지급일까지 상호간 계약해제권이 보장되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고, 원고가 2020. 11. 3. 피고에게 지급한 계약금 2,000만원은 총 매매대금 대비 5.0%에 불과하여 시세 상승 정도에 따라서는 매도인인 피고가 보다 수월하게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가능성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기에 '상호협의 하에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약정 조항은 문언상으로도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잔금일을 앞당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점까지 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는 계약의 잔금일을 2021. 1. 4.로 정함으로써 시공사 일정 및 상호 협의가 이루어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잔금일 전에는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는 C사가 신축하여 2020년 11월경 사용승인을 받고, 11월 18일 C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신축 아파트에 속하는 구분소유물로,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되어 지속적으로 그 시세가 상승하고 있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