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불법 요양병원 투자금 받아 개인채무 변제했어도 횡령죄 무죄"
[대법] "보호할 만한 신임관계 인정 안 돼"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월 30일 불법 요양병원을 설립해 수익을 나누어 가지기로 약정하고 받은 투자금을 몰래 개인채무 변제에 썼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21286)에서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된 돈에 대해선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A씨는 2013년 1월경 B, C씨와, A씨가 3억원, C씨가 6억원, B씨가 2억원을 각각 투자해 조합을 설립하고 그 명의로 노인요양병원을 설립 · 운영해 수익을 나누어 가지기로 약정해 2013년 3월 13일경 B씨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송금받아 보관하던 중 2014년 2월 17일경 이 돈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 · 임대차 · 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 · 관습 · 조리 · 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위탁관계가 있는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경우 그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인지와 상관없이 그러한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금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되었으므로, 해당 금원에 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무자격자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하고, "이 사건 동업약정은 무자격자인 피고인, C, 피해자(B)가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과 손익 등을 자신들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처벌되는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 · 운영행위를 목적으로 하며, 피해자는 동업약정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을 위한 투자금 명목으로 금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였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하늘이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