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상가 수도배관 끊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 수도불통죄 유죄
[대법] "현실적으로 음용수 공급하면 수도불통죄 대상"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6월 9일 아산시에 있는 아파트 상가로 수돗물이 공급되도록 연결되어 있던 수도배관을 끊었다가 형법상 수도불통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 회장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2817)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아파트 상가 중 1층의 편의점, 3층의 미용실, 4층의 교회와 한 회사에서 상가 2층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수도관에 배관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위 각 상가 입주자들과 월 50,000원 가량의 수도비용을 더 내라는 협상을 하려고 했으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2020년 4월 16일 오전 아파트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으로 하여금 상가 2층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수도관으로부터 위 입주자들 운영 상가로 수돗물이 공급되도록 연결되어 있는 수도배관을 분리시키도록 했다. 이 상가 중 1층의 편의점, 3층의 미용실, 4층의 교회와 회사는 2013년경부터 상가 2층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수도관에 각 상가별로 배관을 연결해 수도를 사용하면서, 그때부터 매달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각 층에 있는 수도계량기 검침에 따른 수도비용과 오수처리비용 1만원씩을 납부해 왔다.
A씨와 아파트 관리소장, 관리과장은 공모하여 위력으로써 위 각 상가 입주자들의 편의점, 미용실, 교회, 회사의 운영 업무를 각 방해하고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불통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선 피고인들의 행동이 수도불통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법 195조는 "공중이 먹는 물을 공급하는 수도 그 밖의 시설을 손괴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불통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상가 2층 화장실에 설치된 수도관은 화장실용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지 음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 아닌바, 피해자들이 위 수도관에 연결한 수도배관 역시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이라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수도불통죄 유죄를 인정,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아파트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에게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아파트 측의 동의를 받아 (상가 2층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수도관에 배관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배관이 위법하게 설치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또한 아파트는 수년간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각층마다 설치된 수도계량기 검침에 따라 수도비용과 오수처리비용을 매월 지급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는 등 이 사건 수도관에 배관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적어도 이를 추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또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이라 함은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상수도시설인 이상 그것이 공설의 것이건 사설의 것이건 가리지 않고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라며 "설령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이 사건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이 사설 상수도관으로부터 공급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수도불통죄가 성립하고, 또한 화장실에 공급되는 수돗물도 얼마든지 음용수로 사용될 수 있는바, 이 사건 수도관이 화장실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하여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법은 수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수도를 적정하고 합리적으로 설치 ·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형법상 수도불통죄와는 법률의 목적 및 규율대상을 달리하므로 수도불통죄의 객체를 수도법상의 수도관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수 없고, 이 사건 수도관과 배관과 같이 관리사무소와 경로당 이용자 등 뿐만 아니라 상가 임차인들과 그 상가 이용자들에 대하여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시설의 경우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분리시킨 수도배관은 수도불통죄의 객체가 되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배관을 통하여 공급되는 물은 아산시에서 아파트에 공급하는 물이 저수조에 보관되어 있다가 상가 2층에 설치된 수도관 및 이에 연결된 배관을 통하여 공급되는 것으로 상가에 공급되는 물이 아파트에 공급되어 입주민들이 음용수로 사용하는 물과 그 수질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상가에 입주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상가에 공급되는 물을 실제로 식수로도 사용하였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배관을 통하여 공급되는 물 역시 음용수로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배관을 통하여 공급되는 물이 상가에 최종 공급되기 직전 단계에서 저수조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점만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배관이 음용수를 공급하는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도 "형법 제195조가 규정한 수도불통죄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공공위험범죄로서 공중의 건강 또는 보건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수도불통죄의 대상이 되는 '수도 기타 시설'이란 공중의 음용수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설치된 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설령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면 충분하며 소유관계에 따라 달리 볼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단수조치가 이루어지자, 피해자들은 2020년 4월 19일 A씨를 만나 단수조치를 멈춰 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하여 단수조치를 계속 유지하되, 상가에서 최소한의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가 2층 화장실에서 하루 1회 물을 받아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를 했다. 피해자들은 상가에 새로이 상수도 배관공사를 했고, 2020년 6월 5일경부터 새로이 설치된 상수도 배관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