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시설기준 부합 불구 지역 주민 거주 안녕 이유 요양병원내 장례식장 불허 위법"
[대구지법] "원칙적 허가사항"
의료법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하는데도 인접 지역 주민들의 거주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을 저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요양병원의 장례식장 설치를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 수성구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가 요양병원이 입주한 지상 10층 건물의 지상 2층 707.40㎡에 이 요양병원의 시설로 장례식장을 설치하기 위해 2021년 8월 수성구보건소장에게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냈으나, 인접 지역 주민들의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등 공익적 피해가 심대하다는 등의 사유로 불허되자 소송(2021구합24713)을 냈다.
A씨는 2021년 2월 수성구보건소장으로부터 수성구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건물의 지하 1층, 지상 3층 내지 10층 등 7,723.07㎡에 관하여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요양병원 시설인 지상 2층 707.40㎡에 대해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한 것이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차경환 부장판사)는 4월 27일 "피고에게 원고의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의 불허가처분은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남대하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는 기본적으로 일반적 금지의 해제라는 허가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신청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신청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여야 하고, 다만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이 명백히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설치하려는 장례식장의 연면적(707.40㎡)은 이 사건 병원 연면적 (7,723.07㎡)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아니하고, 달리 원고가 설치하려는 장례식장이 의료법령이 정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허가하여야 하며, 피고에게 허가 여부에 관한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2두3263 등)을 인용, "장례식장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후명복을 기원하는 등 장례문화와 관련된 필수시설로서 인간의 숙명인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여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로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10층의 최신식 대형 건물로서 조문객들은 지하주차장에 연결된 장례식장 전용 승강기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고, 장례식장이 설치되는 2층 창문유리에 코팅처리가 되어 있어 장례식장 내부가 보이지 아니하며, 사체 운구도 2층 장례식장에서 건물 내부 승강기를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 운구차에 싣도록 동선이 설계되어 있고, 건물 뒤편에는 주택들이 있으나 주택을 향한 건물의 후면은 콘크리트로 되어있으며, 2층 베란다에는 시선차단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건물 2층에 장례식장이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거주 안녕을 해친다거나 인근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정서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의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자는 월 평균 5명 수준에 불과하고, 대구에는 총 56개(수성구 7개)의 다른 장례식장이 존재한다. 재판부는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규모나 대구 관내 장례식장의 숫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원에 장례식장이 설치된다 하더라도 조문객들이 과도하게 몰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건물은 왕복 6차선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 데다 원고가 교통체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상시 주차요원을 둘 예정이므로, 장례식장이 설치됨으로 인해 다소 교통 혼잡이 발생하더라도 인근 주민들의 통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며 "원고가 수성구청 공무원들에게 장차 요양병원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령 이러한 말을 하였더라도 이는 의료법령에 규정된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요영병원 개설 허가 당시 장례식장 개설을 금지하는 내용의 부관이 있었던 것도 아니므로, 원고가 추후 장례식장을 개설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사정은 이 사건 처분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