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월급날 이전 노사가 급여 반납 합의했다면 그달 급여 전부 반납해야"
[대법] "구체적 임금 청구권 발생 여부는 지급기일 기준 판단"
노사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급여를 반납하기로 합의했다면 임금 지급일 이전 급여는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금 지급일 이전엔 그 달의 임금청구권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월 31일 안성시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 · 판매업체인 D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근로자 11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 급여 등 임금청구소송의 상고심(2020다294486)에서 3월 31일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D사는 2016년경부터 계속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8년 3월 8일 노조와 근로자들의 급여, 복리후생비, 상여 등을 잠정 반납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사합의를 했다. 원고들 중 8명은 노사합의 전 퇴사하였고, 나머지 원고들은 노조가 노사합의에 대하여 개별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퇴사했다. 이후 원고들이 미지급 급여와 우리사주 매각대금, 퇴직금 이자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안의 쟁점은 2018년 3월 급여가 반납 대상인지 여부.
항소심 재판부는 "노사합의 당시 기능직 사원인 원고들의 2018. 2. 21.부터 2018. 3. 8.까지 발생한 2018년 3월 급여 부분은 그 구체적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여 노사합의에 의하여 반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쌍무계약으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기일을 정하여 지급하여야 하고(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반환, 포기,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이때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여 단체협약만으로 포기 등을 할 수 없게 되는 임금인지 여부는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급여규정에서 기능직 사원의 임금은 전월 21일부터 당월 20일까지를 급여산정기간으로 정하여 매월 25일에 지급하기로 정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기능직 사원인 원고들의 2018년 3월 급여 지급기일인 2018. 3. 25.이 도래하기 전에 체결한 노사합의에 의하여 위 원고들의 2018년 3월 급여는 전부가 반납의 대상이 된다"며 "그런데도 이와 달리 2018. 3. 8.까지 발생한 급여가 노사합의에 의한 반납 대상이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노사합의에 의하여 반납 가능한 임금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5년 단위 근속자에게 매년 창립기념일인 5월 22일 지급돼온 근속포상금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원고들 중 25년 또는 30년 근속 후 2018년 3월 말∼4월 초에 퇴사한 5명의 근속포상금은근속연수 경과 후 피고 회사를 퇴직한 날 이후에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원고들의 근속포상금은 그 지급기일 전 체결된 노사합의에 의하여 반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D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근속포상금은 만 5년, 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35년 근속자에게 창립기념일인 매년 5월 22일 지급하되, 다만 퇴직자는 퇴사일을 기준으로 해당 근속연수를 초과하는 경우에 별도로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이경이 D사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