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반려견 수술 전에 후유증 등 제대로 설명 안 했으면 손해배상해야"

[중앙지법] "수의사도 일반 의사와 마찬가지로 설명의무 있어"

2022-03-13     김덕성

수의사가 반려견을 수술하기에 앞서 예상되는 합병증과 후유증 등을 견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의사도 동물에 관한 의료행위를 할 때 일반 의사와 마찬가지로 동물 소유자에게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20년 7월 11일 반려견인 프렌치 불도그의 각막 손상 치료를 위한 안약을 처방받기 위해 서울 청담동에 있는 동물병원을 방문했다가, 이 병원 수의사 B씨로부터 각막 손상이 극심하여 실명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3안검 플랩술'을 시행할 것을 권유받았다. 제3안검 플랩술은 각막이 회복될 동안 제3안검을 일시적으로 손상된 각막 위에 덮어 추가적인 손상을 막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수술이다.

A씨가 수술에 동의, B씨가 반려견에게 진정제를 투여한 후 수술을 시행했으나, 수술 직후 반려견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곧이어 사망했다. 이에 A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20가단5281353)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훈 판사는 2월 10일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원에 반려견의 장례비용 33만원을 더한 23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세림이 원고를 대리했다.

김 판사는 "피고 소속 수의사인 B는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이 사건 수술에 앞서 반려견의 심장 상태가 전신마취를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정상인지 여부를 혈압 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반려견의 심장 상태에 대하여는 별도로 확인하지 아니한 사실, 또한 수술 직후 반려견이 호흡곤란 상태에 빠졌음에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이 B는 수의사로서 반려견을 수술함에 있어 수술 전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반려견에 대한 응급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B의 의료상의 주의의무위반 등으로 인하여 반려견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B의 사용자로서 B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또 피고에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했다.

김 판사는 대법원 판결(2005다5867)을 인용,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 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로서의 유사성과 동물에 대한 의료행위에 관하여도 동물 소유자에게 자기결정권이 인정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법리는 동물에 대한 의료행위에 있어서도 그대로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수술 전에 B로부터 반려견에게 행하여질 수술 및 마취의 필요성, 내용, 예상되는 합병증과 후유증(마취쇼크, 감염, 출혈)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수술(검사/마취)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수술동의서 중 수술명인 '제3안검 플랩술', 후유증 옆에 자필로 기재된 '마취쇽, 감염, 출혈' 등은 B가 직접 기재하였고, 원고는 생년월일과 서명만 한 사실, B는 원고에게 위 수술동의서는 '형식적인 것이니까 그냥 사인만 하면 된다'고 설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B가 원고에게 수술 또는 수술 전에 이루어지는 마취의 필요성이나 내용, 예상되는 후유증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B는 수술에 관하여 원고에게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B의 사용자로서 B의 위와 같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