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 맨홀' 전복 사고 시공사 아닌 市 책임

[중앙지법] "튀어 나온 맨홀 평탄 공사 의무 市에 있어"[서울고법] "신호등 고장 교차로 사고…택시 기사 잘못 80%"

2004-07-27     최기철
도로 표면보다 높게 솟아 나온 통신선로 맨홀 때문에 차량이 전복된 경우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6부(재판장 김용호 부장판사)는 7월 15일 안성시가 도로 위로 튀어나온 통신 맨홀에 부딪혀 차량이 전복된 사고와 관련, "시가 부담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주)KT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03나40063)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989년 건설교통부 장관과 맨홀관리기관인 피고 사이에 체결한 협정서에 따르면, 맨홀관리기관에게 도로 내에 맨홀을 설치할 때 맨홀과 도로 지면의 높이가 평탄하게 되도록 시공할 의무는 인정되나, 원인 불명의 사유로 이미 설치된 맨홀과 도로 지면 사이의 높이가 불일치하게 된 경우 그 평탄작업의 공사 의무는 도로관리청인 원고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협정서 5조, 6조는 '이미 설치된 맨홀 중 노면과 높이가 일치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높이 조정이 필요한 경우, 공사의 발주는 도로관리청이 시행하고 맨홀관리기관은 조사결과에 따라 보수비를 납부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맨홀관리기관인 피고로서는 맨홀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이상이 없도록 유지 ·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스스로 그 평탄작업 공사를 시행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안성시는 2001년 5월 박모씨가 안성시 공설운동장 앞 도로에서 지면보다 최고 15cm나 위로 솟아 올라온 통신선로 맨홀에 부딪혀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 것과 관련, 치료비 등을 지급한 S보험사에 2900여만원을 지급한 뒤 맨홀을 설치한 KT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신호등은 없는 지, 다른 차량에 주의 기울이며 운전해야"

법원은 그러나 택시가 신호등이 고장난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낸 것과 관련, 신호등 고장에도 불구하고 택시 기사에게 80%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 20부(재판장 민일영 부장판사)는 7월 16일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시가 고장난 신호등을 제때 고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04나23129)에서 "택시기사에게 80%의 과실이 있다"며 나머지 20%에 대해서만 시의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택시 운전자는 교차로로 진입하면서 정지선 위의 신호등을 주의깊게 살폈어야 하고, 이를 지나쳤다고 해도 정지선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신호등의 표시를 만연히 따를 것이 아니라 그 신호등 외에 다른 신호등은 없는 지 면밀히 확인해 본 후 진입했어야 하며, 교차로에 진입해서도 다른 차량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안전하게 진행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며 "택시 기사의 과실을 80%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 · 관리책임은 피고에게 있는 바, 피고는 사고 발생 하루전에 고장난 신호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 되었으나 이를 즉시 수리하지 않고, 교통경찰관을 배치해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채 신호등의 고장상태를 방치한 관리상의 하자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원고 조합은 택시 기사인 김모씨가 1999년 3월 밤 11시 30분쯤 승객 3명을 태우고 서울 동교동 방면에서 연희 삼거리 방면으로 연희교차로에 진입하면서 교차로 앞의 횡단보도에 설치된 신호등을 지나치는 바람에 교차로 정지선 부근에서 또다른 신호등의 신호를 받아야 했으나 그 신호등이 배선불량으로 꺼져 있어 이를 보지 못하고, 70m전방에 보이는 진행방향의 신호등에 따라 운행하다가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이모씨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내자 손해를 배상한 후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