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간제 근로계약서에 '자동 연장' 조항 있으면 기간 만료 후 자동 연장"
[대법] "문언 의미 명확하면 문언대로 인정해야"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면서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고 규정한 자동연장 조항이 들어있다면 근로계약기간 만료 이후 근로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월 10일 항공기를 이용한 산불 진압 등을 영업으로 하는 B사에서 헬기조종사로 근무하다가 산불방제 헬기조종사로서 필요한 직무상 역량미달 등의 이유로 2018년 4월 갱신거절 통보를 받은 A(69)씨가 "근로계약기간 만료일 다음날인 2018. 5. 1.부터 복직일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79951)에서 이같이 판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사는 2017년 5월 1일 A씨를 헬기조종사로 채용하며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기간을 2017. 5. 1.부터 2018. 4. 30.까지 1년으로 하되,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고 정했다.
대법원은 먼저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하나, 그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특히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와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 연장을 명시한) 이 사건 조항은 그 자체로 '원고와 피고가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하는 2018. 4. 30.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고, 이와 달리 '원고가 근로계약기간 동안 항공종사자 자격을 유지함으로써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이 조항이 적용된다'는 기재는 없다"며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처분문서인 이 사건 근로계약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되므로(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취업규칙 제10조나 제70조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조항의 의미를 축소하여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피고의 취업규칙 10조는 "직원의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1년 이내로 한다. 다만 필요에 따라 갱신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70조 2항은 "직원의 정년은 만 60세로 정하되, 정년에 도달한 해의 말일로 한다.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회사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는 정년 이상 달한 자를 촉탁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 중에 원고가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피고로서는 그러한 사정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인정되는 한 원고를 정당하게 해고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더라도 근로계약 체결 당시의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갱신거절을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원심이 근로계약이 2018. 4. 30. 이후에 자동으로 연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는 계약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