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학 교원 재계약 관련 소송 변호사비 교비에서 지출했어도 업무상 횡령 무죄"

[대법] "불법영득 의사 인정 안 돼"

2022-02-01     김덕성

대학 총장이 교원의 재계약불가처분무효확인등 소송, 재임용거부처분취소심사결정취소 소송에 관련된 변호사비용을 교비로 지급했더라도 업무상 횡령 무죄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08∼2012년 교원의 재계약불가처분무효확인등 소송, 재임용거부처분취소심사결정취소 소송 등과 관련한 변호사비용 총 2,200만원을 교비로 지출했다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부구욱 영산대 총장과 전 교무처장 3명에 대한 상고심(2021도9636)에서, 1월 14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청률이 1심부터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 부 총장에게는 벌금 80만원의 선고유예를, 나머지 피고인 3명에게는 벌금 30만원 또는 벌금 2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로 변호사비용을 지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이번에 대법원에서 원심대로 확정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재계약불가처분무효확인 소송 등 소송의 당사자는 모두 공소사실에 피해자로 적시된 학교법인이고, 각 소송위임계약상 위임인도 모두 학교법인이므로, 그 계약에 따른 변호사비용 지급의무도 학교법인에 있다"고 지적하고, "즉, 각 변호사비용은 그 출처가 교비회계인지, 법인회계인지 달라질 수는 있으나 결국 모두 학교법인이 지출해야 할 성질의 돈이고, 따라서 피고인들의 변호사비용 지출행위로 인하여 본인인 학교법인에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위 소송의 당사자도 아니고 소송위임계약상 변호사비용을 지급할 채무를 지는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들이 교비회계에서 위 변호사비용을 지출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본인이 아닌 피고인들이나 제3자가 채무를 면하는 등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의 변호사비용 지출 관련 행위로부터 학교법인이 아닌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도나 목적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변호사비용을 말그대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피고인들은 학교법인에 고용된 피용자이자,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시설물인 영산대학교의 총장 또는 교무처장의 지위에서 학교법인 또는 영산대학교의 업무를 집행한다는 정도의 인식으로 학교법인의 돈을 지출할 것을 결정한 것이지, 학교법인의 돈을 자기 돈처럼 '사용'한다는 인식으로 지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또한 법인은 결국 자신의 기관이나 피용자에 의하여 행위할 수밖에 없으므로 법무법인 등과의 대외적 관계에서 이 돈을 실질적으로 '사용'한 것은 결국 학교법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 각 소송은 교원의 개인적인 비위나 범죄에 관한 것이거나 교원이 당사자가 된 소송이 아니라, 대학 운영에 필수적인 교원의 임면에 관하여 학교법인이 피고 또는 피고 보조참가인으로서 직접 관여된 소송이라는 점에서 그에 관한 소송비용을 집행하는 것이 사립학교법령에 따라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설령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위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지 아니면 법인회계에서 지출할지에 대한 판단을 그르쳤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불법영득의사를 추정하는 것은 타당한 형벌법규 해석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