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집=2021 Lawyers of the Year] 인사노무 l 이욱래 변호사

대법원은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청구사건에서 근로자들의 청구가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 인해 두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추가 법정수당액이 7,000억원이 넘지만 대법원은 피고들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의 상고심에 공동대리인 중 한 명으로 참여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욱래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단이 조금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 두 대법원 판결을 보고 더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논리보다 힘의 균형 작용"

노동법 자문 17년. 법무법인 태평양의 노동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욱래 변호사는 "노동법은 논리보다는 힘의 균형이 질서를 만들어 가는 매우 독특한 특성도 가지고 있는 참 특수한 분야"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때문에 변호사 초기 민사법이나 형사법에서 익혔던 리걸마인드가 잘 통하지 않아 당황했던 적도 많았다는 그가 추구하는 노동법 자문의 지향점은 100 대 0의 완승이 아니라 여지를 남기는 승리. 이 변호사는 "지는 사람이 지면서도 이겼다고 생각하는 승리가 참된 승리"라며 "그래야 뒤끝이 없다"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올해 여러 건의 노동 판결을 받았다. 이긴 사건이 좀 더 많아 보이지만 앞에 소개한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처럼 진 사건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대기업 의뢰인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으며 노동법 전문가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고정시간외수당은 통상임금 아니야"

이 변호사는 지난 11월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삼성SDI가 사무직 근로자에게 지급해 온 '고정시간외수당'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월급제 근로자의 초과근로 실체가 분명 존재하고, 초과근로에 대한 대가를 고정액으로 지급하는 것은 사무직의 경우 보편적인 현상이며,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여부는 정액급인지 여부가 아니라 그 도입배경과 지급 실태 등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함을 세부 급여테이블과 급여명세서, 각종 규정 및 근로계약서, 노사협의회 합의서 등 여러 자료를 토대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여 받아낸 승소판결이다.

이번엔 지난 4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긴 사무직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 기각 결정.

대기업인 의뢰인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의 제조업 사업장에서 40~50대 기능직 중심의 기존 노조와 달리, 20~30대 사무직이 중심이 된 사무직노조가 설립되고 있는 가운데 주목을 끈 교섭단위분리신청 사건으로, 국내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에서 최근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 사무직노조에 관한 최초의 노동위 판정이다. 이 변호사는 "사무직과 기능직의 실제 근로조건 데이터, 사무직과 기능직의 업무 특성 차이, 개별 교섭관행의 유무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에 관하여 교섭단위 분리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효과적으로 노동위원회에 설명한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외에도 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선박에 대한 사상, 취부 등의 작업을 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을 주장하면서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현대중공업을 대리해 1, 2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고, 코로나19로 인하여 국가간 이동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계 항공사가 기간제 근로자인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계약기간 만료와 갱신 거절 의사를 통보하자 한국인 승무원들이 갱신기대권을 주장하면서 부당해고라고 다투고 있는 사건에서 외국계 항공사를 대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일본은 기간제 근로자로 4년이 지나야 정규직이 되고,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아예 정규직 전환과 같은 제도가 없어 얼마든지 기간제 근로자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되어 오히려 한국 근로자들이 역차별을 받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의 노동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어 오히려 근로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4년 지나야 정규직 전환

"노사는 하나이고 다른 하나가 없으면 나머지 하나도 사라지는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용적이고 창조적이면서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동법의 동반자가 되자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